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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8-1) 쿠데타 주모자와 관련한 단상

기사입력 : 2019년04월08일 14:04

최종수정 : 2019년04월08일 14:04

격동 속의 편린들...한국 국회대표단-민자당 총장 등 소련 방문
면담한 소연방 국방위원장 대리-부통령 '3일천하' 쿠데타 주역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연수 중이던 6월 어느 날 대사관에서 대학 기숙사로 취재요청 전화가 걸려 왔다. 김영선 국회국방위원장(김재규 재판 당시 재판장)을 단장으로 한 국회 대표단이 모스크바를 방문, 소련 측 지도부와 공식적인 만남을 갖기로 했는데 혹시 모스크바에 체류중인 연합뉴스 기자가 있으면 불러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몇몇 한국기자들이 출장 취재 중이었지만 국회대표단은 연합 기자 한 명이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정윤영 인턴기자 = 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새해를 맞이해 크렘린궁 위로 불꽃이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다. 2019.01.01.

◆한국 국회대표단, 크렘린궁에서 소연방 국방위원장 대리 만나  

김영선 국방위원장, 유준상 의원 등 여야 의원들과 합류해 크렘린궁으로 갔다. 군인 출신이어서 그런지 노령에도 크렘린궁 뜰에서 직각 보행하는 예비역 중장 출신 김 위원장의 독특한 걸음걸이에 의원들의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회의실에서 소비에트 연방 국방위원회 위원장 대리이자 공산당 중앙위원회 군수담당 서기인 바클라노프를 만났다. (소련 연방국방위원회는 국방, 군수, 안보업무를 관장하는 막강한 기구로 우리 국회의 국방위원회와는 격이 완전히 다르다.)

수교대가로 30억달러 차관을 제공키로 한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주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외교적 만남인데도 웃음기 없고 냉정해 보이는 그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별다른 얘기는 없었지만 오랜 기간 적대관계였던 양국의 국방위원장 간 첫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있었다.

당시 안기부 소속 S모 공사는 취재기자가 포함돼 있는 걸 알면 소련 측 항의가 예상된다며 필자의 회의실 입장을 제지하려 했으나 의원들이 수행원인 척하면 별문제 있겠냐며 회의실에 입장하도록 주선했다. 그러자 S공사는 수교 후 국방관련 관심사를 논의하는 첫 단추이고 기사화를 꺼리는 소련 측 입장을 고려해 회의실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보도도 하지 말아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기자의 입장도 있어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군사교류 협력 문제를 의회차원에서 논의하기는 처음이라는 식의 원론적인 기사를 송고했다. 다음날 유준상 의원은 국내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확인했다며 위원장 이름만 써주고 자신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모스크바 크레믈린궁 황제의 종 (2008.09.29.)

◆김윤환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도 소련 부통령 예방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7월 20일 민자당 사무총장이자 자칭 타칭 킹메이커로 불리던 김윤환 의원이 모스크바에 왔다. 서울 출발 전 겐나디 야나예프 소련 부통령을 예방하기로 사전에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당시 대권도전설이 나돌기도 했던 김 총장은 일단 현지에서 잘만 교섭하면 고르바초프를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 같다.

모스크바에 오자마자 대사관을 통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잠깐이라도 만나려고 애를 썼다. 쿠데타 사건 이전만 해도 국제무대에서 최고 주가를 구가하던 고르바초프가 아닌가. 그와의 사진 한 장이면 ‘보증수표’처럼 정치행보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여겨져 외국 정치인들의 면담 요청이 줄을 이었던 시절이었다.

대사관측은 김 총장의 체면을 생각해 민자당 사무총장이라는 직위가 일본의 차기 총리 0순위라는 자민당 간사장과 유사한 지위라고까지 둘러대며 크렘린 문을 노크했다. 돌아온 대답은 ‘노’였다. 소련 부통령을 만나게 해주는 것만도 상당한 예우라는 게 그들의 반응이었다.

당시 고르바초프는 웬만한 정상급이 아니면 면회사절이었다.(나중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DJ도 고르바초프를 만나려 했으나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김 총장은 야나예프 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 낙착됐다. 고르바초프를 만나지 못한 김 총장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야나예프는 김 총장과 면담에서 소련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협정을 준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터이니 한국은 대소 경제협력 진출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것을 주문했는데 야나예프의 위상이 별로였는지 주목받지도 못했다.

2019년 1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방영토' 양도 반대 집회. 이번 집회는 22일 러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렸다.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국회대표단-김윤환 총장 만난 소 국방위원장 대리-부통령 '3일 천하' 쿠데타 주역 

세상사라는 게 참 알 수 없는 일인지,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김윤환 총장이 다녀간 지 한 달도 안 돼 고르바초프에 반대하는 보수 강경파가 군대를 동원, 쿠데타를 일으켰다. 당시 흑해 휴양지 포로스 별장에서 휴가를 즐기던 고르바초프 부부는 연금됐다. 비록 3일천하로 끝났지만 가히 세계를 뒤흔든 사건이었고 결과적으로 소련의 운명을 끝장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쿠데타 발발 당일 필자는 TV를 보고 깜짝 놀랐다. 쿠데타 주도자들의 명단에서 낯익은 이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권력장악의 최고기구로 발표된 8인의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명단에 김영선 국방위원장 일행을 만났던 바클라노프 연방국방위원장 대리와 김윤환 총장이 면담했던 야나예프 부통령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바클라노프는 쿠데타의 실질적 주역이었고 야나예프는 얼굴 마담이었다.

이 사건을 보고 개인적으로는 여러 소회가 들었다. 당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소련이라면 기를 쓰고 들이대며 유명 정치인을 만나려고 했던 시절이어서 특히 그랬다. 한 달 간격으로 만난 소련 측 고위인사 두 명이 하필이면 쿠데타 주모자들이었으니 쿠데타 소식을 들은 두 김 씨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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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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