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 엘리릴리 등 줄이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19년 글로벌 제약사의 ‘암치료제 쟁탈전’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업 인수·합병(M&A)이 급격히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 제약사들은 높은 프리미엄을 내더라도 대규모 M&A를 진행 중이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제약사 엘리릴리는 7일(현지시간) 록소 온콜로지에 주당 235달러, 총 80억달러(약 8조9600억원)를 지급하고 록소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일 종가 139.87달러 대비 68%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엘리릴리는 이번 M&A로 종양학 치료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암치료제 시장에 더 큰 한걸음을 내딛게 됐다. 현재 록소 온콜로지는 종양의 유전적 성향을 기반으로한 암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앞서 지난해 6월 엘리릴리는 16억 달러를 들여 면역체계 암 치료 기업인 암로 바이오사이언시스 인수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암치료제는 제약사들의 인수합병(M&A)에서 가장 큰 동기로 떠올랐다. 지난주에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이 740억달러(83조132억원) 규모의 세엘진 인수 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 회사 모두 거대 암치료제 판매상으로, 영국의 2017년 세계 암치료 시장 자료에 따르면 세엘진은 2위, BMS는 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일본 다케다(武田)약품공업의 영국의 다국적 제약회사 샤이어 인수 절차가 8일 완료된다. 다케다의 샤이어 인수로 매출액 3조4000억엔(35조원), 세계 제약업계 순위 7위의 ‘메가팜’(거대 제약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왜 암치료제 쟁탈전에 나선 것일까. JP모간의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빅 파마’(거대 제약사)들이 높은 가격 책정으로 수익을 증가시키는 의존도를 줄이고, 점점 혁신과 새로운 약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 특허 만료 속 복제약 역습…대체 수익원·포트폴리오 다각화 모색
제약회사들은 수년 안에 암치료제 신약 출시에 나서야 한다. 몇몇 주요 암치료제 특허 기한이 수년 안에 만료되면서 ‘카피캣(복제)’ 약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엘리릴리사(社)의 폐암 치료제 알림타(Alimta)는 2021년, BMS사의 암치료제 옵디보(Opdivo)는 2022년에 특허 기간이 만료된다. 알림타와 옵디보는 각 회사의 최대 수익원인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특허권이 만료돼 비교적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대거 등장하면 이들의 시장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대체 ‘어닝 스트림’(수익원) 모색은 필수다.
BMS의 미래 수익 성장은 면역항암제 옵디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난해 1~9월까지 옵디보 매출액은 49억달러(5조5056억원)로 총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BMS의 이번 M&A는 신약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고, 대체 수익원 고민을 덜면서 종양학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세엘진은 혈액암 치료제 레블리미드(Revlimid)로 지난해 9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고, 2022년에는 그 매출이 15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세엘진은 지난해 주노 테라퓨틱스를 인수했는데, 세엘진을 인수하게 된 BMS로선 세엘진이 주노 테라퓨틱스로부터 획득한 CAR-T 세포치료제 권리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회사는 옵디보와 항응고제 엘리퀴스(Eliquis)를 넘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고 양사의 9개 약품 연간 매출액은 1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신약 파이프라인까지 포함하면 연간 매출액은 15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 중 하나는 가격 압박이다. 영국의 3대 제약회사 중 하나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은 지난해 미국 존슨앤존슨과 합작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시루쿠맙(Sirukumab)을 포함한 개발 프로젝트 30개 이상을 점차적으로 축소하고 4개 부문의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중할 4개 부문 중 하나는 항암제 연구개발의 종양학 사업이다. 희귀병 치료제 등 비용과 시간이 드는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꼭 필요한 부문에 주력하겠다는 사업 모델인 것이다.
회사는 선진국의 인구변화와 고령화로 정부와 기관들로부터 가격 압박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사업 모델 변경은 불가파히다고 주장한다. GSK는 미국 항암 전문 바이오기업 테사로를 인수할 계획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인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제약회사의 높은 약품가격을 비난해 왔다. 비록 제약회사들은 이달부터 약품가를 인상할 계획이지만 '약값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올해 제약사의 M&A 붐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시스의 최고재무책임자 로빈 워싱턴은 7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서 "회사는 최우선적으로 M&A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고, 화이자 역시 M&A를 성장 옵션 중 하나로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