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어느 예술가 생애의 에피소드' 베를리오즈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16)

‘어느 예술가 생애의 에피소드’라는 부제를 가진 《환상 교향곡》 은 베를리오즈 본인이 실연으로 인해 겪은 아픔과 슬픔을 담은 작품이다. 이 《환상 교향곡》을 통해 그는 사랑의 고통을 승화시키면서 서서히 되살아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한 여자를 전전긍긍하며 미친 듯이 짝사랑했던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녀가 자신을 거부하자 좌절감으로 인해 아편을 먹고 자살을 꾀한다. 그러나 치사량에 미달하여 자살미수에 그치고 꿈속에서 단두대로 끌려간다. 그런데 그토록 짝사랑한 여인이 마녀가 되어 마녀들의 잔치에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각 악장마다 주제와 이야기가 있다.

1악장은 ‘꿈과 열정(Revieries Passions)’의 장이다. 여기서는 젊은 예술가가 사랑할 애인을 만나기 전의 심정을 나타내는 우울한 가락이 연주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통제할 수 없는 열정은 베를리오즈의 작품 속에서 집요하게 반복되는 음악적 모티브가 되고 있다. 즉 반복되는 음악적 모티브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것을 ‘고정상념(이데 픽스, idee fixe)’이라고 한다.
2악장은 ‘무도회(Un bal)’의 장이다. 연인을 상징하는 고정상념의 선율이 아름답게 나타난다. 군중 앞에 나타난 그녀의 자태는 뭇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연인은 무도회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춤은 계속되어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3악장은 ‘전원 풍경(Scene aux Champs)’을 연주한다. 예술가는 아름다운 경치를 쫓아 시골로 간다. 목가적인 2중주는 그 주위의 화창한 풍경과 솔솔 부는 바람을 표현하며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4악장은 ‘단두대의 행진(La marche au supplice)’을 연주한다. 젊은 예술가는 연인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아 단두대에 끌려가는 꿈을 꾼다. 그런데 단두대로의 행진은 어둡고 거칠기도 하지만 눈부실 정도로 빛나기도 한다. 고정상념 선율은 여기에서도 잠시 나타나 죽음에 이르러 마지막 순간에 연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지막 5악장은 ‘악마의 축제일 밤의 꿈(Songe d’unnuit du Sabbat/Ronde du Sabbat)‘을 나타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젊은 예술가는 자기가 무서운 악마들 사이에 끼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예술가의 장례식에 모여든 것이다. 이때 야비하고 기괴한 무도풍의 연인의 선율이 나타난다. 여자의 자태를 본 악마들이 기뻐서 지르는 고함, 난잡한 연회의 잡음과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과 탁월한 상상력으로 만든 《환상 교향곡》에는 자신의 환각 상태를 ‘고정상념’을 통해 녹여 넣었다. 원래 ‘고정상념’은 정신과 병의학 용어인데, 베를리오즈가 이를 사용한 것은 교향곡의 줄거리가 환각에 빠진 주인공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의 ‘고정상념’은 낭만시대의 주요 기법으로 리스트의 ‘교향시(Symphonic Poem)’, 그리고 바그너의 ‘라이트 모티브”(leitmotiv, 유도동기)’로 확장· 발전되는 기초가 된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찬반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비단 자살을 다룬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줄거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유럽 음악계는 교향곡 작곡 활동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다. 그것은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거인의 발자국 뒤를 걸어가는 후배들의 운명이기도 했다. 음악가들은 교향곡은 베토벤에 의해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이 완벽하게 완성되어 버렸기에 그의 전철을 밟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절대음악 즉 ‘음악 이외의 다른 예술과 직접 관계를 갖지 않고 순수한 음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음악’ 대신 그나마 아직은 창작의 여지가 있다고 여겨지는 줄거리가 있는 가곡과 오페라에 치중했다.
그러나 베를리오즈는 새로운 길을 찾는 시도와 함께 교향곡 자체의 발전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불태웠다. 그 결실이 바로 《환상 교향곡》이었다. 그는 교향곡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단행했다. 즉 그동안 교향곡의 정석처럼 여겨지던 4악장의 틀을 파괴하고 5악장으로 늘린 것이다.

베를리오즈는 프랑스의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로 끈질긴 기질과 불굴의 음악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곡을 많이 만들었다. 프랑스 작곡가로서는 예외적으로 대규모 기악곡의 창작에 몰두하였다. 그는 프랑스 특유의 섬세한 감정과 관현악법에 의하여 감미로운 음색을 즐겨 사용하였으며, 대담 분방한 표현은 때때로 격정적인 폭발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는 악기의 음색과 효과를 최대한 이용해 환상과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음악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고 주장한 베를리오즈는 문학과 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곡활동을 했다. 그는 스스로 베토벤의 사도로 자처하리만큼 베토벤을 존경하였고 실제로도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또 베토벤뿐만 아니라 문학가인 셰익스피어와 괴테도 존경하여 그들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삶은 그의 음악세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는 음악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리하르트 바그너와 함께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된 베를리오즈는 ‘표제 음악(Program music)’이라는 새로운 관현악곡 기법을 창시했다. 그리하여 그의 교향곡에는 모두 제목이 붙어있다. 그의 대표작인 교향곡 1번이 《환상 교향곡》, 2번이 《이탈리아의 해롤드》, 3번이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소재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이름이 붙어 있다.

‘환상 교향곡’의 두 주인공 베를리오즈와 해리엇 스미스슨 <사진=이철환>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 1869)는 1803년 프랑스 남부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부유한 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라틴어를 배웠고 음악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베를리오즈에게 있어 음악은 한참 동안 취미생활이자 수준 높은 대화를 위한 교양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의 직업을 물려주고 싶어 했던 아버지는 큰 기대를 가지고 본격적인 의학공부를 시키기 위해 베를리오즈를 파리로 유학 보냈다. 처음 1년 동안 베를리오즈는 부모의 기대에 충실하게 부응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베를리오즈로서는 전 유럽에서도 최고의 예술과 문화가 집결되어 있는 이 도시에 혹할 수밖에 없었다. 틈만 나면 연극이며 오페라를 보러 다니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만으로 성이 안 차 그날 들은 음악을 악보로 베끼며 욕구를 채웠다. 결국 그는 파리 음악원 작곡 교수였던 장 프랑수아 르쉬에르를 찾아가 제자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펄펄 뛰었다. 특히 아버지와의 갈등은 무려 8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아버지는 생활비와 학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반면, 그의 어머니는 간곡히 타일렀다. “얘야, 의사가 되어 훌륭한 일을 하면 천당에 갈 수 있지만, 음악가가 되는 것은 지옥을 향해 돌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어머니의 말에 베를리오즈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머니! 저는 천사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조용한 천당보다는, 소란하더라도 음악이 있는 지옥을 택하고 싶습니다.”

부모가 생활비 지원을 끊으면서 빈곤에 허덕이던 베를리오즈는 상당한 돈과 명예가 보장된 ‘로마대상(Grand Prix de Rome)’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는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로마대상’이란 프랑스 정부가 자국의 우수한 젊은 예술가들이 당시 문화의 중심지이던 로마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주는 제도였다. 이 상은 루이 14세가 제정하였다. 처음에는 미술에서부터 시작하여 건축을 거쳐 1803년에는 음악 분야에도 수상자를 냈다.
그러던 중 베를리오즈의 마음을 뒤흔드는 사건이 터졌다. 그의 나이 스물네 살 때인 1827년, 그는 영국의 한 극단이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공연하는 〈햄릿〉을 관람하였다. 혈기 왕성한 베를리오즈는 셰익스피어 연극에 매료됐을 뿐 아니라, 오필리어 역의 여배우 해리엇 스미스슨(Harriet Smithson)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다. 그래서 거의 스토킹에 가까울 정도의 애정공세를 폈다. 하지만 당시 잘 나가던 그 여배우는 무명의 작곡가인 베를리오즈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베를리오즈는 삶의 의욕을 잃고 시름시름 마음의 병을 앓으며 현실을 벗어난 환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목적지도 없이 거리와 들판을 배회했다. 우울과 고통, 절망적 사랑, 잔인한 냉소, 막막한 공상, 찢어지는 가슴, 광기, 눈물, 죽음과의 절망적인 투쟁 … 베를리오즈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점점 탈진해갔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음악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 op. 14)》이다. 자신의 애끓는 심정을 알아주지 않는 스미스슨을 향한 절망과 분노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킴으로서 걸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베를리오즈가 27세가 되던 해인 1830년, 그는 마침내 그동안 수차례의 낙방 끝에 〈사르다나팔루스의 최후의 밤〉 이라는 칸타타로 로마대상을 수상했다. 이 로마대상 수상으로 베를리오즈는 음악계의 시선을 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발표된 《환상 교향곡》은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확실하게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아버지는 비로소 음악가로서 아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고, 가정에도 화해와 평화가 찾아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베를리오즈에게 인생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다름 아닌 베를리오즈가 그토록 갈구해 마지않던 여인 해리엇 스미스슨과 재회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자와 여자가 처한 상황이 뒤바뀌어 있었다. 전 유럽이 주목하는 전도유망한 젊은 작곡가 앞에 스미스슨은 이미 나이든, 그리고 빚에 쪼들리는 한물 간 여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베를리오즈의 연정은 다시 불붙었다. 결국 그들은 베를리오즈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1833년 결혼하여 몽마르트 언덕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베를리오즈의 창작력은 스미스슨과의 결혼과 더불어 더욱 정열적으로 타올랐다. 특히 결혼한 지 1년 만에 작곡한 《이탈리아의 해롤드》는 바이올린의 천재인 파가니니로부터 커다란 찬사를 받는다. 파가니니가 처음 이 작품의 악보를 보았을 당시에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비올라의 역할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다소 실망감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작품의 연주를 듣고 난 후에는 베를리오즈를 베토벤의 뒤를 잇는 운명적인 천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후원금까지 보냈다.
스미스슨이 아들 루이를 낳으면서 이들 가정의 행복은 절정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예민한데다가 아집이 강한 음악가와, 이제는 한창 때의 미모를 상실하여 열등감에 사로잡힌 중년 여배우의 부부관계는 평탄하지 않았다. 베를리오즈가 네 번째 교향곡을 완성한 37세가 되던 해, 두 사람은 애증이 점철된 8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후 베를리오즈는 공공연히 사귀어 오던 여가수 마리아 레치오와 재혼하였다. 그렇지만 전 부인이 되어버린 스미스슨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정리한 것은 아니었다. 스미스슨이 병을 얻어 쓰러지자 베를리오즈는 그녀의 침대 옆을 지키며 헌신적으로 간호하였고 임종도 지켜보았다.
스미스슨의 죽음은 베를리오즈가 이후 차례로 겪을 이별의 서곡이었다. 스미스슨이 죽은 지 8년 후 두 번째 아내 마리아도 갑자기 사망하였다. 그리고 스미스슨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루이마저도 쿠바의 아바나에서 풍토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이들의 연이은 죽음은 베를리오즈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베를리오즈는 첫 번째 아내의 시신을 두 번째 아내가 잠들어 있던 몽마르트의 무덤 옆으로 옮겼다. 그리고 얼마 후인 1869년 3월, 자신도 66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베를리오즈는 파가니니로부터도 크게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표제음악과 낭만파 음악세계를 창시하는 등 특별한 음악활동을 통해 유럽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또 프랑스음악의 자존심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살아생전 정작 그의 조국인 프랑스에서는 그렇게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이는 그가 파리에서 음악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적을 만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를리오즈가 프랑스 음악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은 그가 죽은 뒤 상당한 시간이 흐른 이후였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사진
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