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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야 한 번만 더 날자꾸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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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보다 사랑, 사랑보다 예술(12)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1934년 7월 어느 날, 신문이 배포된 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조선중앙일보사’에는 빗발치는 항의와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도대체 시의 내용을 알 수가 없을 뿐더러 띄어쓰기조차 제대로 안되어 있다는 비판이었다. 제목도 ‘오감도(烏瞰圖)’가 ‘조감도(鳥瞰圖)’의 오자가 아니냐고 물어왔다. 오감도란 말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고 듣도 보도 못한 말이라는 것이었다. 나아가 13이란 숫자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란까지 이어졌다.

이미 문단 일각에는 괴팍하고 상식에 벗어난 문제아로 알려져 있었지만, 일반독자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생소한 이상(李箱, 1910~1937)이 《오감도》를 발표한 직후의 반응이었다. ‘조선중앙일보’의 학예· 문예부장이던 이태준의 추천으로 신문에 게재된 《오감도》 연작은 예정된 30회의 반밖에 싣지 못한 채, 8월 8일 자 신문을 끝으로 15회 만에 중단되고 만다. 《오감도》가 나가는 동안 이태준은 안주머니에 사표를 넣고 다녔다.

당대를 훨씬 앞지른 사고, 난해한 정신분열적 언어의 파행에 독자들은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당대 사람들의 의식과 정서로는 수용 불가능했던 시 《오감도》. 그러나 당대 사람들에게 모독당한 그의 시는 뒷날 구태의 한국문학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모더니즘 문학의 지평을 펼쳐 보인 ‘앞선 문학’으로 평가받게 된다. 또한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불멸의 자리에 각인되었고 후학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조선중앙일보에 게재되었던 ‘오감도’ <사진=이철환>

“어서 -차라리- 어둬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벽촌(僻村)의 여름날은 지루해서 죽겠을 만치 길다.” 이상이 세상을 떠난 직후인 1937년 5월에 발표된 《권태》라는 작품의 첫 문장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지루하기만 한 시골의 긴 여름날에 느끼는 권태감을 과장되지만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도시 문명의 감각에 익숙한 시인에게 느리고 변함없는 시골 마을의 자연과 삶은 죽음만도 못하게 여겨진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모더니스트 이상에게 시골 농촌의 자연과 그 속에서의 삶은 아무런 흥분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정적이고 권태 그 자체일 따름이었다. 하루 종일 작은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마주친 모든 사물과 생명들인 푸른 산과 들, 사람, 소와 개 같은 짐승, 놀이하는 아이들에게서 아무런 역동성이나 열정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루함만을 느낀다. 따라서 작품 속에는 조바심과 변함없을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스물일곱 나이로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 그의 원래 이름은 김해경(金海卿)이다. ‘한국 현대시 최고의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시사(詩史) 최고의 아방가르드(Avant Garde)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상은 어두운 식민지 시대에 돌출한 모던보이다. 그는 일체의 전통과 기성 가치를 부정· 파괴하고자 한 1910년대의 다다이즘(Dadaism)과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에 의해 시도된 1920년대 중반의 초현실주의(Sur-realism)를 이 땅에서 처음 시도한 인물이다.

이상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 병합되던 해인 1910년 서울 사직동에서 태어난다. 학교는 일본 강점기의 건축기술 전문인력 양성소이던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다녔다. 공부를 잘해 일본인 학생들을 제치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런 그가 문학계에 등장한 것은 그 자체가 한국 현대문학 사상 최고의 스캔들이었다. 알쏭달쏭한 아라비아 숫자와 기하학 기호의 난무, 건축과 의학 전문용어의 남용, 주문(呪文)과도 같은 해독 불능의 구문으로 이루어진 시들. 자의식 과잉의 인물, 저속하고 퇴폐적인 소재의 활용, 띄어쓰기 거부, 위트와 패러독스로 점철된 국한문 혼용 소설들. 그의 모더니즘 문학과 비일상적 기행은 이 스캔들의 핵심을 이룬다.

이상은 자신의 작품만큼이나 그의 실제 삶도 이해하기 어려운 파행적 단면을 보였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후 다방 ‘제비’를 열어 사업을 시작했다. 다방의 얼굴마담으로는 술집 여급 출신 금홍을 불러들여 앉혔다. 아울러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다. 그는 다방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고, 문우들과 함께 일명 ‘도스토예프스키의 방’이라고 하던 ‘제비’에 딸린 골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다. 당대의 일급 문인이던 이태준, 박태원, 김기림, 정인택, 윤태영, 조용만 등이 ‘제비’를 즐겨 찾아 이상과 교유했다. 그는 수염과 머리도 깎지 않은 채 거리를 쏘다녔다. 나중에는 드러내놓고 매춘을 하는 금홍을 멀거니 지켜보기도 하였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逆說)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열자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 - 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 - 만을 영수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諸行. 모든 것)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굿바이.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로니를 실천해 보는 것도 놓을 것 같소. 위트와 파라독스와…….
그대 자신을 위조하는 것도 할 만한 일이오. 그대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에 의하여 차라리 경편(輕便. 간단하고 사용하기에 편리함)하고 고매하리다.
19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도스토예프스키 정신이란 자칫하면 낭비일 것 같소. 위고를 불란서의 빵 한 조각이라고는 누가 그랬는지 지언(至言. 지극히 옳은 말)인 듯싶소. 그러나 인생 혹은 그 모형에 있어서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소?
화(禍)를 보지 마오. 부디 그대께 고하는 것이니……

(중략)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가 제 거동에 로직(rogic. 논리)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辨解. 변명하고 해명함)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 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내리(사전)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다시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일인칭 독백으로 시작되는 소설 《날개》 속의 ‘나’는 바로 작가 이상 자신으로, 철저하게 고립된 자아와 내면의 고독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해부하고 있다. 주인공인 지식 청년 ‘나’는 놀거나 밤낮없이 잠을 자면서 아내에게 사육된다. ‘나’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아의식이 강하며 현실 감각이 없다. 오직 한 번 시행착오로 아내를 차지해본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아내’의 남편이었던 적이 없다.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에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한 욕구를 대신한다. 아내는 자신의 매음 행위에 거추장스러운 ‘나’를 ‘볕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먹인다. 그 약이 감기약 아스피린인 줄 알고 지내던 ‘나’는 어느 날 그것이 수면제 아달린이라는 것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수면제를 한꺼번에 여섯 개씩이나 먹고 일주야를 자고 깨어난다.

아내를 의심했던 걸 미안해하며 ‘나’는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왔다가 그만 아내의 통정 현장을 목도하고 만다. 도망쳐 나온 ‘나’는 쏘다니던 끝에 건물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 때 정오의 사이렌이 울고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이 소설은 현실에서 이상이 동거했던 여인인 금홍과의 실제 생활 체험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기 소모적이고 자기 해체적인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심리적인 의식의 내면으로 투영시킨 문학기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문학사에서 획을 긋는 의미를 가진다.

1935년 가을 2년 만에 ‘제비’의 문을 닫은 이후 이상은 인사동에서 ‘카페 쓰루’, 종로 1가에서 다방 ‘69’ ‘무기’ ‘맥’ 등을 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거듭된 경영 실패, 쇠잔한 몸, 사랑의 실패로 인한 허탈감 등으로 인해 절친한 문학 친구인 된 김유정에게 같이 자살하자는 제안까지 한다. 그는 셋방을 전전하다가 방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기도 하면서, 청소부로 일하던 동생의 봉급으로 가까스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던 중 이화여전을 나온 변동림이란 여성과 결혼을 한다. 이때부터 이상은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글쓰기에 매달려 일일이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은 작품을 쏟아낸다. 그러나 결혼한 지 석 달 만인 1936년 10월, 이상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일본 동경으로 간다. 거기서도 무위도식의 생활을 이어가던 중 사상불온 혐의로 경찰서에 유치되었다가 병보석으로 출감했지만, 지병인 폐병이 악화되어 동경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객사하였다.

1937년 4월 17일 새벽 4시, 한국문학의 돌연변이였으며 일탈(逸脫)의 기행을 일삼던 그는 스물일곱 해에 걸친 삶을 접는다. “멜론이 먹고 싶소!” 요절 천재 작가 이상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이다. 유해는 화장하여 경성으로 돌아왔으며, 같은 해에 숨진 친구 김유정과 합동영결식을 하여 미아리 공동묘지에 안치되었으나 후에 유실되었다. 생전의 이상에게 ‘우리가 가진 가장 뛰어난 근대파 시인’이라고 갈채를 보낸 바 있는 김기림은 그의 죽음에 대해 “제 스스로 혈관을 따서 '시대의 서(書)'를 쓴 이상의 죽음이 한국문학을 50년 후퇴시켰다.”며 크게 슬퍼했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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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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