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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터무니 있는 문화

기사입력 : 2017년09월12일 09:19

최종수정 : 2017년09월12일 09:19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나는 멍청한 구석이 많은 편이다. 사람들이 대개 아는 상식도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 달리 표현하자면 맹점이 많은 사람이다.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맹점의 가치 내지 위대함에 대해선 늘 눈을 뜨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하는 그것에 무서운 매혹과 파괴력 있는 경이로움이 도사려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사회와 세계가 그런 가치를 보듬기는커녕 외면하고 냉대까지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함께 실망이 컸다.

“터무니가 없다라는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내가 뻔히 알 줄로 여겼을 친구가 카톡에서 물었을 때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우주 안팎의 별별 것들을 헤아린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나의 생각에 사각지대가 또 발견된 것이다. 내 의식의 맹점에 해당되는 것일 것이다.

“몰라” 내가 쓰자 그가 친절하게 적어주었다. “터에는 무늬가 있지. 그게 터무늬야. 터무니의 어원이 바로 터무늬지. 터무니가 없다는 말은 그처럼 터의 무늬가 없다는 뜻이지. 근데 변질되어 기가 막히다, 엉뚱하다 등등의 뜻으로 쓰이는 거지.” 

신선했다.
그와 더불어 떠오른 것은 동심원이었다. 터에 있는 무늬가 터무늬가 변한 터무니라면 물에 있는 무늬의 대표적인 것이 동심원일 것이다.

지금의 세상은 동심원에 대한 경험이 꽤 사라진 듯하다. 맑게 고인 물에 돌멩이든 뭐든 툭 던지면 동심원이 생긴다. 물무늬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번져가는 모양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맑게 고인 물도 보기 힘든데다가 그 앞에 가만히 쪼그려 앉을 여유가 상실되다시피 된 현대 사회에서 그런 풍경 역시 멀어져 간다.

나이테도 동심원 모양이다.
최초의 나이테는 둥근 껍질일 것이다. 그것부터 생긴 다음에 해마다 늘면서 앞서 생겨난 나이테들을 밖으로 밀어내며 나무는 두툼해질 것이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는 식물이다. 속이 비었으니까. 그러나 대나무도 자라며 굵어지면서 그 속의 공(空)이 동심원 모양의 나이테를 그려나갈 것이다.

무늬는 공기에도 있을 법하다. 울림이나 파장이 그런 것일 것이다. 메아리는 그런 것의 합주이자 공명일 것이다. 소리가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무늬를 일으키며 퍼져나가다가 뭔가에 부닥치면 메아리로 울려퍼진다. 산 같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울림이나 메아리가 현저히 약해진 것 같다. 대화라는 것도 깊게 들여다 보면 소통으로 흐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가 숱하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 대강 듣거나 흘려 들으며 딴 생각 속에 자기 이야기만 줄창 늘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방의 말에서 건수를 나꿔채 흐름과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로 방향이 꺾이는 경우도 무수하다.
울림이나 메아리가 없는 것이다.

그에 대한 아픔이나 서운함, 허전함 같은 감정도 이젠 거의 오가지 않는다. 그런 감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할 방법도 상실해 있고 그런 소모적인 이야기를 넉넉하게 받아줄 여유도 서로 갖지 못한다. 허울 뿐인 이야기들만 그럴듯하게 주고받거나 실리적인 말만 눈빛을 번득이며 나누다가 공허하게 헤어지는 것이다.

더욱 나쁜 것은 자신의 그릇이나 결함은 생각지도 않고 상대방에게 덮어씌우는 경우이다. 주변에 비일비재한 아전인수나 적반하장의 상황들이다. 이 글의 소재를 빌어 말한다면 자신이 터무니가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터무니 없다고 힐난하고 매도하는 경우이다.

나의 맹점에 던져진 씨앗이 어느덧 발아되어 무늬를 일으키며 번져나가는 듯하다. 맹점은 이처럼 새로운 환기를 줄 수도 있고 사물이나 세상을 전혀 다르게 느끼는 계기가 된다. 맹점이 공연히 무시당하지 않고 그 안에 도사린 경이로운 창조적 파괴력과 더불어 가치 재조명이 되면 좋겠다.

터라는 것은 기초이다. 그것이 흔들리면 그 위의 모든 것이 흔들려 버린다. 터무늬를 검색해 보니 자연이 만들어놓은 땅의 모양, 터에 주춧돌이든 기둥이든 있었던 흔적 등등이 나온다. 풍습이나 사람, 문화라는 말도 나온다. 앞엣 것이 일차적인 의미라 한다면 뒤엣 것이 이차적인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입체성을 이루면서 터무늬의 의미를 두텁게 할 것이다.

집터, 살림터, 장터, 배움터, 놀이터 등등 모두 터에 속한다. 그 하나하나에 균열이 가고 문제가 생겨 어둠이 깊어지는 게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가정, 시장, 학교, 문화 등으로 은유되면 이해와 공감이 커질 것이다.

터무니가 있는 곳에 집을 지으면 그 안에 향기가 흐를 것이다. 살림터, 장터, 배움터, 놀이터에 무늬의 향기와 아름다움을 배여 있으면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그 영향을 받아 무늬진 풍경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늬가 많았었는데 어느덧 그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무늬 있는 삶, 터무니 있는 문화를 꿈꾸어 본다.

이명훈(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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