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남장의 여걸 문인, 조르주 상드

기사입력 : 2017년08월23일 11:02

최종수정 : 2017년08월23일 11:02

예술보다 사랑, 사랑보다 예술(5)

상드가 쇼팽과 함께 머물렀던 스페인령 마요르카 섬 <사진=이철환>

덤불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을 더듬는 내 손 거두지 않는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꽃을 꺾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감내한다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상처'라는 제목의 이 시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여성작가 조르주 상드의 작품이다. 절제된 문장에서 쏟아내는 영혼의 상처가 그녀의 생애를 말해주듯 아프게 다가온다. 그녀는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늘 방황했으며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고통을 감내하였다. 그리고 당당하였다.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는 시인이자 소설가였다. 시인, 피아니스트, 조각가 등 예술가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안겨준 그녀는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설을 썼다. 한때 루소의 사상에 심취되기도 한 그녀는 사랑이 넘치는 자유인이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 몰입했던 그녀였지만 헤어질 땐 매몰찼다. 그러나 매순간 진심이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물기 가득한 검은 눈동자를 지닌 상드는 외모도 매력적이었다. 그녀가 18세가 되던 해인 1822년 귀족가문의 남자와 결혼한 뒤 남매를 두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은 상드가 좋아하는 문학이나 음악엔 조금도 관심 없이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다.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1831년 두 아이를 데리고 파리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녀는 결혼이란 자기희생을 초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조르주 상드의 본명은 아망틴 오로르 루실 뒤팽(Amantine Aurore Lucile Dupin)이다. 남편과 이혼한 이듬해 1832년 '앵디아나(Indiana)'라는 소설을 써서 작가로 데뷔한다. 처녀작이었던 '앵디아나'가 히트를 치면서 단숨에 유명작가로 부상했다. '조르주 상드'라는 이름은 이때 사용한 필명이었는데, 이후에도 계속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다. '조르주'는 남자 이름으로 영어로는 '조지(George)'이다. 당시에는 이렇게 여성작가들이 남자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는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은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참정권 제한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에서도 여성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본명을 버리고 '조르주 상드'란 필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녀는 이름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도 완전히 바꿨다. 남자복장을 즐기고 담배를 피우며 남자들과 대등하게 문학을 이야기하고 혁명을 논했다. 상드는 연애할 때도 늘 자신이 관계를 주도해갔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녀는 100여 편의 소설, 산문집 등을 남겼다. 특히 전원소설 '사랑의 요정'은 자신의 시골 고향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전원과 소박한 농민생활,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상드에게 있어 작품보다 유명했던 것은 화려한 연애경력이라 할 것이다. 그녀는 뮈세와 쇼팽 등 당대의 유명 예술가들과 사랑을 나눴을 정도로 수많은 염문을 뿌렸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했다. 상드가 29세 되던 때 프랑스의 유명한 낭만파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와 연애를 시작했다. 당시 23세였던 뮈세는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깊은 번민에 휩싸여 술과 도박, 여자에 탐닉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 뮈세는 상드의 넓은 가슴이야말로 자신을 쉬게 해줄 유일한 구원이라 확신하고는 자신의 마음을 상드에게 적어 보냈다. 나이 차이에 부담을 느낀 된 상드는 얼마 동안은 그의 구애를 거절했으나, 결국 그를 받아들여 두 사람은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이탈리아 여행은 그들의 관계를 참담하게 끝내고 말았다.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은 늘 부딪쳤다. 항상 싸움에서 밀리던 뮈세는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였다. 상드는 뮈세와 사귀는 동안에도 다른 남자와의 육체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뮈세에게 어머니나 누나 같은 사랑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고독해서 견디기 어려울 때면 제발 당신이 나를 차지하는 것보다 더 귀중하고 값비싼 추억을 나에게 남겨주었다는 사실을 떠올려주세요…”
마침내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둘이 한창 사랑에 빠져 있을 당시 뮈세는 '사랑의 소네트'에서 상드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고백하였다.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고 오직 사랑하리
위선도 주저도 수치도 거짓도 없이
욕망에 속지도, 회한에 절망하지도 않고
늘 그녀를 사랑하며 함께 살리라
걸음마다 숭고한 은총으로 다가오는 그대여
꽃으로 뒤덮인 머리엔 근심도 없어 보인다
사랑은 이러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대가 아니던가…

상드가 '피아노의 시인'이라 일컬어지는 쇼팽과 처음으로 만난 것은 뮈세와 결별한 이듬해였다. 1836년 리스트의 연인인 마리 다구 백작 부인이 드나들던 살롱에서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병약한 쇼팽의 애처로운 모습은 상드의 모성애를 흔들어놓았다. 쇼팽에게는 약혼자가 있었고, 상드 역시 나이 어린 연인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급속도로 사이가 가까워진다. 이들은 결국 함께 지중해에 떠 있는 마요르카 섬으로 출발한다.

상드와 쇼팽은 마요르카 섬, 마르세유, 상드의 영지인 노앙의 저택 등에서 약 10년에 걸쳐 함께 살았다. 당시 쇼팽은 인후결핵에 걸려 있었고 병세가 점차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6살 연상인데다 강인한 생활력을 지닌 상드의 보살핌 속에서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상드는 쇼팽에게 행복과 영감을 주었던 어머니 같은 연인이었고 예술의 뮤즈였다. 쇼팽의 음악세계 전성기는 바로 그 시기, 상드와 사랑에 빠져 있던 마요르카에서 노앙까지의 시절이었다. 쇼팽은 그녀에게 '빗방울 전주곡(Prelude)'이라는 곡을 바치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의 사랑도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쇼팽을 돌보는 데 지친 상드의 마음은 점차 쇼팽에게서 떠나갔다. 그러나 심약하고 소심한 성격의 쇼팽은 이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쇼팽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상드를 찾았다. 그렇지만 상드는 또다시 열세 살 연하의 조각가 망소와 새로운 사랑을 불태워 나갔다.

조르주 상드는 쇼팽과 뮈세에게 있어서 불세출의 음악과 시를 만들어내게 한 창작의 영감이었으며 살아 있는 사랑의 요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쇼팽이나 뮈세는 두 사람 다 조르주 상드에게는 6세 연하의 남자들이었다. 그리고 상드를 만남으로 인해 불같은 창작활동을 벌이다가 쇼팽은 39세의 나이에, 뮈세는 46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지금은 상드의 이름을 뮈세와 쇼팽의 성공을 이끈 여인으로 역사가 기록하고 있지만, 그녀가 살았던 당시만 해도 난잡한 여인으로 비난을 받았던 게 사실이었다.

상드의 마지막 연인은 13살 연하의 조각가 알렉상드르 망소였다. 망소는 상드의 좋은 동반자이자 협력자였으며, 그녀에게 변함없는 지순한 사랑을 바친 마지막 연인이었다. 그러나 망소는 상드의 나이 61살 때 병으로 죽고 만다. 상드는 이후 11년을 더 살았다. 만년에 상드는 손자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아 새로운 시대의 문학자인 프로망탕이나 플로베르 등과 친하게 지내며 문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조르주 상드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남성편력이 심하고 자유분방한 그녀를 난잡한 여자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늘 사랑을 꿈꾸는 여성이었다. 가시가 있는 줄 알면서도 덤불 속에 손을 넣듯,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늘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조르주 상드는 “꽃을 꺾기 위해 가시덤불 속 가시에 찔리듯이 사랑을 얻기 위해 영혼의 상처를 감내하는 것이다. 사랑하기 위해서 상처받는 것이므로, 사랑하라. 인생에서 좋은 것은 그것뿐인걸!”이라는 말을 남기고 7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평생 예술을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예술이란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대한 연구가 아니며 이상과 진리의 탐구라는 예술론에 충실했다. 다시 말해 그녀는 염세적인 사실주의가 아니라 현실을 미화하고 인간의 사랑, 진보, 선의를 추구한 낙천적 이상주의자였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폭스콘 "AI 데이터센터, 단계 건설"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세계 최대 전자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함께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최대 100메가와트(MW) 규모로 단계적으로 건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5 컴퓨텍스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이번 AI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구축할 것"이라며 "1차로 20메가와트 규모로 시작한 뒤, 40메가와트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는 100메가와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날 엔비디아가 대만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 TSMC·폭스콘 및 대만 정부와 함께 초대형 AI 생태계를 대만에 구축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설명이다. 2024년 10월 8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폭스콘 연례 기술 전시회에 전시된 폭스콘 전기이륜차 파워트레인 시스템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5.14 kongsikpark@newspim.com 류 회장은 "전력은 대만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며 "공급 부족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이를 감안해 여러 도시를 대상으로 부지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설은 대만 남서부 가오슝시에 우선 들어서며, 나머지는 전력 여건에 따라 다른 도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류 회장의 키노트 무대 위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이번 AI 센터는 폭스콘, 엔비디아, 그리고 대만 전체 생태계를 위한 시설"이라며 "우리는 대만을 위한 AI 팩토리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대만의 350개 파트너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통해 AI 학습 및 추론 속도를 크게 높이고, 대만 내 AI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oinwon@newspim.com 2025-05-20 23:40
사진
[단독] 삼성전자 '엑시노스 부활' 이 기사는 5월 21일 오전 10시0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 공개 예정인 폴더블 신제품에는 '엑시노스 2500·2400',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2나노 공정의 '엑시노스 2600'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과 제품 포지셔닝에 따라 퀄컴 칩셋과 병행 탑재하는 이원화 전략이 병행된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2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폴더블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칩셋을 일부 탑재한다. 삼성은 또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2600을 부분 탑재할 계획이다. 해당 칩셋은 2나노 공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Z 플립7에 엑시노스 2500, 보급형인 Z 플립7 FE에 2400이 각각 탑재될 예정"이라며 "상위 기종인 Z 폴드7에는 S25와 동일하게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경우 북미·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는 퀄컴의 새로운 칩(스냅드래곤8 엘리트2)을, 유럽 및 기타 글로벌 시장에는 자체 칩셋인 엑시노스 2600을 교차 탑재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며 "단, 고성능이 요구되는 울트라 모델은 전량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에는 3나노,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 S25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Z 폴드7과 S26 시리즈의 칩셋 탑재 방식 차이는 제품 포지셔닝에 따른 것이다. 폴드 시리즈는 플립 보다 상위 라인업으로 분류돼 퀄컴 칩셋을 적용하고, 유럽 등에서는 엑시노스를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울트라 모델의 경우 상위 기종인 만큼 지역에 관계없이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엑시노스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정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1분기 두 사업부는 각각 1조원대 적자를 낸 바 있다. 시스템LSI는 주요 고객사에 플래그십 SoC(System on Chip)를 공급하지 못했고, 파운드리는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인한 가동률 정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자체 칩셋 적용은 내부 수요를 통한 생산 가동률 확보, 공정 검증 및 설계-제조 일원화 구조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민감도가 낮은 시장을 중심으로 엑시노스 경쟁력을 확보하며 중장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엑시노스의 성공은 사업부 실적은 물론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엑시노스 탑재와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aykim@newspim.com 2025-05-21 14: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