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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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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보다 사랑, 사랑보다 예술(4)
푸시킨의 고향, 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 <사진=이철환>

19세기 러시아는 최악의 전제정치와 농노제의 유산, 이에 저항하는 민중의 봉기 등으로 숨 가쁘게 요동치던 시대였다. 한편으로는 표트르 대제 이래의 서구화 정책과 프랑스 혁명 등을 통해 유럽의 진보사상과 사조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폴레옹의 침입에 맞서 싸우면서 민족의식이 크게 고양됐고, 지식인들은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당시 러시아에는 사치와 향락에 찌든 황실과 귀족사회 그리고 이들에게 수탈당하는 민중들과 농노의 비참한 현실이라는 두 개의 사회가 존재했다. 이러한 모순된 사회체제에 갈등하던 젊은이들은 새로운 조국을 만들기 위해 혁명을 일으켰고 목숨을 바쳤다.

그런 가운데서도 러시아인들은 문학·예술·사상 등 모든 분야에서 문화의 꽃을 피워내었다. 그것은 실로 시대정신의 소산이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은 푸시킨과 고골리,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로 맥을 이어가면서 그 황금기를 구가한다. 특히 이 시기의 러시아 문학은 사회현실을 농도 짙게 반영하는 독특한 리얼리즘 문학으로서 세계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푸시킨도 이 시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푸시킨의 작품세계는 도스토예프스키가 평가했듯 모든 것을 포용한 보편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시·소설·희곡·평론·기행문·역사물 등 모든 장르에 걸쳐 작품을 썼으며, 운문소설이란 새로운 장르를 창안해 내었다. 더욱이 작품마다 해당 장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전통적인 고전주의와 서구적 낭만주의, 그리고 러시아 문학의 새로운 풍토로 자리 잡게 된 사실주의의 요체가 녹아 있다.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1799~1837)은 1799년 모스크바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향락과 사치에 빠져 살던 부모는 아이들의 교육을 프랑스인 가정교사에게 맡겨 놓은 채 별 관심이 없었다. 푸시킨은 성격이 급하고 게을렀으나 상상력이 무척 탁월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서재에서 문학과 철학 서적을 탐독한 그는 6년간 유서 깊은 귀족학교 리쩨이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리쩨이는 알렉산드르 1세가 황실과 귀족 출신의 자녀들을 나라의 간성으로 키우기 위해 세운 학교였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외국 유학파 교수들의 혁신적인 교육에 영향을 받아 반체제 인사로 성장했는데 푸시킨도 그중 하나였다.

1817년 리쩨이를 졸업한 푸시킨은 수도 페테르부르크의 외무성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다른 귀족 자제들처럼 음주와 여색 등 향락에 빠져 무절제하고 방탕한 나날을 보낸다. 이때 쓴 시들은 주로 사랑·우정·기쁨 등을 주제로 한 서정시들이었지만, 진보적인 청년귀족들과 교제하게 되면서부터 점차 조국과 민중에 대한 사랑을 시에 담았고 자유가 중심주제로 떠올랐다. 특히 청년혁명단체 '데카브리스트(Dekabrist)' 와 어울려 전제정치를 공격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1817년 자유를 찬미하는 송시 '자유'와 1819년 농노제 붕괴를 예언한 '농촌' 등 일련의 과격한 정치적 작품을 발표하면서 푸시킨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불온시인'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후 시적 독창성이 뛰어나고 낭만주의의 도래를 예고한 장편 서사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출간하여 젊은 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지만, 1820년 결국 남러시아로 추방된다. 시골에 추방당해 있던 덕분에 데카브리스트 반란에 연루되는 것을 면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니콜라이 황제가 즉위한 후 사면을 받아 몸은 자유로워지게 되었지만, 죽을 때까지 비밀경찰의 엄격한 감시와 검열을 받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이 유배생활은 그에게 폭넓은 독서를 통해 문학적 영감을 키우고 작품 활동에 전념케 하는 기간이 되었다. 특히 남러시아 카프카즈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젖으면서 새로운 시적 영감을 얻었으며,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에 빠짐으로써 소위 푸시킨의 '바이런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한편, 1823년에는 요주의 인물로 지목되어 흑해의 항구 도시 오데사로 다시 이송된다. 거기서 그는 러시아 문학사상 최초의 리얼리즘 작품인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Evgeny Onegin)'을 쓰기 시작했다. 또 어머니의 영지가 있는 미하일로프스코예에서 연금 상태로 머물 때는 셰익스피어에 깊이 빠져 비극 시 '보리스 고두노프'와 풍자적 서사시 '누린백작' 등을 완성한다. 이후 '예브게니 오네긴'의 초고가 완성되고, '엘레지', '잠 안 오는 밤에 쓴 시', '벨킨 이야기' 등의 서정시와 산문이 쏟아져 나왔다.

푸시킨은 1831년 근 10년간에 걸쳐 쓴 역작 '예브게니 오네긴'을 발표한다. 일견 통속소설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귀족청년 오네긴의 생활상을 통해 1820년대 당시 러시아 귀족사회의 방탕과 무기력을 폭로하였다. 아울러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려 깊은 여성 타치야나의 형상을 통해 러시아의 미래와 희망을 꿈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발표된 이후 러시아 사회에서 여주인공 타치야나는 강인한 러시아적 여인상으로, 오네긴은 부정적인 남성상의 전형으로 부각된다.

그 후로도 푸시킨은 많은 시를 썼는데, 특히 마지막 장편 서사시 '청동의 기사'는 전제적 국가권력과 소시민의 운명이 어떻게 대립 모순적 관계를 갖게 되는지를 조명하고 아울러 제정 러시아의 역사적 숙명을 제시하였다. 그는 또 "정확함과 간결함이 산문의 생명이며, 산문에는 사상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산문에서도 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의 리얼리즘의 경향은 오히려 시보다는 산문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의 대표적인 산문으로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벨킨 이야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의 원형이 된 역사소설 '대위의 딸',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소설 '스페이드의 여왕' 등이 있다. 특히 로마노프 왕조를 뒤흔든 당대 최대의 정치범을 소설 속에 형상화한 '대위의 딸'은 치밀한 구성과 간결한 문체로 푸시킨 산문 예술의 극치라는 평을 받았다.

푸시킨은 문학활동을 하는 가운데 삶에 대한 통찰력이 엿보이는 여러 명언들을 남겼는데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재빠른 성공은 반드시 빛이 바랜다, 가을 낙엽이 썩어 사라지는 것처럼.”
“어떠한 나이도 사랑에는 약하다. 그러나 젊고 순진한 가슴에는 사랑이 좋은 열매를 맺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 앞에서는 평범하다.”
“사람이 항상 좇아야 할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다. 사람이 항상 좇아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두 신체가 한 곳에서 존재할 수 없듯, 두 가지의 다른 생각이 도덕의 영역에서 공존할 수는 없다.”

이처럼 푸시킨은 러시아인들에게 대문호로 추앙받아 왔지만 개인적인 삶은 불행했다. 부인의 끊임없는 불륜행각이 그를 괴롭혔고 끝내는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고뇌가 그를 더 집필활동에 전념케 하고 문학의 깊이를 더 심화시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1828년 29세의 푸시킨은 모스크바의 한 무도회에서 16세의 미녀 나탈리야 곤차로바를 보자 넋을 잃는다. 얼굴이 라파엘로의 그림 '마돈나'처럼 생긴 나탈리야는 허영심이 많고 속물적인 여자였지만, 푸시킨은 자기의 청혼을 거절하는 그녀의 냉담함에 더 깊이 빠지고 만다. 위선적이고 천박한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겨우 약혼을 승낙 받은 푸시킨은 1831년 2월 그녀와 모스크바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그해 가을 페테르부르크에 정착하여 연년생의 두 딸을 낳는다. 그러나 나탈리야는 남편의 문학세계를 이해하고 도와주기는커녕 허영과 사치에 빠진 채 러시아 사교계에서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아내 때문에 그 많던 재산이 바닥을 보이고 심지어는 귀중품을 전당포에 잡혀야 할 지경이 되었으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남편 푸시킨의 고민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교계의 여왕처럼 군림한 나탈리야는 한 궁정행사에서 황제의 눈에 들게 되었다. 이후 그녀의 미모에 반한 황제는 그녀를 자주 볼 수 있도록 푸시킨을 시종보에 임명한다. 시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신분이었지만 푸시킨은 그 직책을 통해 역사의식에 눈뜨게 되면서 처량한 자신의 삶을 그나마 보상받으며 그럭저럭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삶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결국은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나탈리야가 새로운 염문을 뿌렸던 것이다. 네덜란드 공사의 양자인 프랑스 태생 단테스는 잘생긴 용모를 무기삼아 페테르부르크의 사교계를 휘젓다가 나탈리야에까지 접근했다. 아내의 불륜을 암시하는 익명의 투서가 푸시킨과 그의 친지들에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푸시킨의 진보적인 사상을 미워한 세력가들의 음모라는 말도 있고, 나탈리야와 황제 간의 불륜을 덮어두기 위한 계책이라는 말도 있지만 푸시킨은 단테스에게 결투를 신청하게 된다.

1837년 1월 27일 낮 4시에 결투가 벌어졌고 푸시킨은 단테스의 총에 맞아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러나 아내는 총알을 맞고 피투성이가 된 푸시킨에게로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정부(情夫)인 단테스에게 뛰어갔다. 죽어가면서 다른 남자의 품으로 달려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된 그의 심정은 얼마나 비통하고 참담했을까? 결국 1837년 1월 29일, 푸시킨은 37년 8개월의 짧은 생애를 마감한다. 푸시킨은 사랑하는 여인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다 끝내 목숨까지 잃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몸을 내던졌던 것이다.

푸시킨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그의 집 주변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민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황제는 푸시킨의 죽음을 민족적 손실로 여기고 분노하는 군중들이 시위라도 일으킬까 두려워해 장례를 조촐하게 치르도록 명령하였다. 그의 서재는 샅샅이 수색되고 의심이 드는 기록물은 모조리 압수되었다. 시인 오도예프스키는 '러시아 시의 태양이 졌다'는 추도문을 발표하여 정부의 질책을 받았고, 레르몬토프는 부패한 러시아 사교계와 궁정을 질타하는 '시인의 죽음에 부쳐'를 발표했다가 카프카즈로 유배되었다.

황실의 강압 정책에도 불구하고 푸시킨의 시와 명성은 타오르는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져나갔고, '예브게니 오네긴'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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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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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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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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