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투자로 현재의 최대 실적 올렸지만, 총수 부재 등 첩첩산중 우려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거두면서 애플과 인텔을 제치고 세계 IT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률은 무려 23.3%나 된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실적에 대해 반도체 등 부품사업에서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8조원 이상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삼성에게는 세트와 부품의 황금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번도 넘지 못했던 세계 IT업계 양대산맥을 뛰어넘은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날이다. 애플의 2분기 영업이익은 105억달러(약 12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인텔의 매출 전망은 144억달러(약 16조4600억원) 수준이다.
축제를 즐겨야할 삼성전자.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런 실적이 1년, 2년, 3년을 계속갈 수 있을지 여전히 위기 인식이 깊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 더욱 막막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날 접촉한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적 잔치에도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 사업부 관계자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초호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이런 좋은 사이클이 올지 누구도 예측 못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축배를 들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단기간에 이익이 확 높아졌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직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것으로, 실적 잔치에 취해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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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가 현실화되기 이전까지 약 3년간 '실적 잔치가 끝난 것 아니냐'는 비관론에 휩싸여 있었다. 2013년 3분기에 스마트폰 판매증가로 영업이익 10조16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여파가 컸지만 '삼성의 스마트폰이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매 분기 실적시즌마다 매주 한두차례씩 실적전망치가 낮춰지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실적 약화 현상이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잿빛 전망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비관론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상황반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우려에 공감하지만 이대로 주저앉게 그냥 놔주지 않겠다며 지나친 우려를 하지 말라는 반응이었다. 이유는 지속적인 기술혁신으로 기초체력을 탄탄히 다지면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에 였다. 그룹 차원에서는 재계가 깜짝 놀란만큼 빠른 의사결정으로 사업과 지분구조를 광범위하게 개편해 왔고, 삼성전자는 보수적이던 인수합병(M&A) 기조를 확 바꿔 공격적인 M&A에 나서기도 했다. 반도체에는 15조원을 평택에 쏟아붙는 등 과감한 투자를 했다.
현재의 실적은 이런 노력의 결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상 최고치 실적은 반도체와 LCD패널 등 부품사업이 일등공신이다. 14조원의 영업이익 중 수퍼사이클(초호황)이라는 반도체 등 부품사업에서 8조원 넘는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실 이런 실적의 의미는 바꿔보면 부품사업 말고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스마트폰은 다품종 전략을 구사하며 조금씩 이익개선을 이뤄가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둔화의 벽에 막혀 탈출구를 찾고 있는 상태다. TV, 냉장고 등 생활가전 역시 혁신적인 제품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으나, 눈에 띄는 뚜렷한 상승모멘텀은 없다. 부품사업의 호황이 반전되면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는 위태로운 최대 실적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좋은게 아니라 부품쪽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좋은 상황이라서 이 상태가 2년, 3년, 4년 계속 갈 수 있겠느냐라면, 그건 모르겠다"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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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는 분명하다. 반도체 초호황기로 이익을 거두고 있을때 더 과감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해 변화를 주도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업부 관계자는 "지난 어려운 시기에도 마하경영 실천을 통해 상당한 속도감으로 사업구조를 바꿨고,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이 호황기와 맞물려 현재의 최대 실적이 가능했다"며 "다양한 방면에서 성과를 내려면 사업과 제품 모두에서 늦지않게 체질을 바꾸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해체와 총수 부재 상황은 그래서 더 뼈아픈 대목이다. 최대 실적 축포를 쏘아 올리고도 미래 대비에 고민이 깊은 것도 이런 이유가 한 몫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할 총수 부재의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이후 새로운 M&A는 시도되지 못하고 있고, 지주회사 전환도 백지됐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작업 역시 올스톱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전반을 놓고 보면 총수 부재로 첩첩산중에 놓여있다"면서 "삼성전자가 현재의 실적이 좋다지만 2~3년 후에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당연하다"고 현실인식을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