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경제정책 조율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EPB 출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재벌개혁' 강하지만...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문재인 정부의 1기 경제팀이 기획, 예산에 편중된 라인으로 짜여져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과 세제 등 분야 정책통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최근 경유세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나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 등 현안에 대한 통찰력과 순발력이 뒤떨어진다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27일 관가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은 크게 장하성(청와대 정책실장)-홍남기(국무조정실장)-김동연(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큰 축으로 구성돼 있다. 경제의 핵심부처인 기획재정부 장관인 김동연 부총리가 중심에 있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부내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협업하는 구조다.
특히 문재인 정부 경제의 사령탑인 기획재정부는 재정을 떼고 ‘기획예산처’라고 불려도 할말이 없을만큼 ‘기획예산통’으로 짜여져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김 부총리는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예산을 다루는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등 예산관련 업무를 주로 역임했고,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한 이후에도 예산업무에 집중한 ‘예산통’이다.
기재부는 장관뿐 아니라 1,2차관도 예산처 출신이 장악했다. 1차관에 임명된 고형권 차관과 2차관으로 임명장을 받은 김용진 차관도 모두 예산처 출신이다.
기재부 출범 이후 장관과 1차관, 2차관 모두 기획예산처 라인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관가에서는 이번 기재부를 놓고 ‘EPB부’로 부르기도 한다. EPB는 옛 기획예산처(EPB)의 영문 줄임말이다.
예산처 출신들이 기획재정부의 ‘원투쓰리’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관가에서는 평가한다.
한 관계자는 “부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경제의 ‘최고위급’이 모두 예산통으로 채워지면서 경제정책이나 금융, 세제 등 분야가 소홀해지거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과 세제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한쪽이 반드시 부작용이 나게 돼 있다”며 “최근 경유세 인상을 둘러싼 부작용과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 등 논란에 세제나 금융 등 단기적 대응에 뛰어난 부서에 비해 장기적인 해법을 중시하는 예산처 출신들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출신이 중요되는 것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후광으로 보고 있다. 변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낼 때 정책실장을 맡았다.
김 부총리와 고형권 1차관, 김용진 2차관은 변양균 전 실장과 깊은 관계가 있다.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김 부총리는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을 맡았다. 고 1차관은 장관 비서관과 정책기획팀장, 김 2차관은 공공혁신기획팀장을 지냈다.
경제정책을 비롯해 정부 내 각 부처의 전반적인 정책을 조율하는 국무조정실의 홍남기 실장도 예산전문가다. 홍 실장은 1986년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 협력정책과에서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기획예산처에서 2004년까지 예산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다.
경제를 좌우하는 주요 포스트가 모두 ‘EPB’로 채워진 데 이어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을 컨트롤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은 교수 출신의 장하성 실장이 선임됐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상조 위원장이 본격 업무에 나선 상태다.
일부에서는 장 실장과 김 위원장이 ‘재벌저격수’로 불릴만큼 대기업의 모순에 대해서 전문성을 지녔지만, 실물경제에 대해서는 정통 공무원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해 ‘예산통 관료들’에게 경제쪽에서는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재부는 두 개의 부처를 합쳐놓은 것과 마찬가지여서 장관과 차관의 출신을 교차해 서로의 전문성을 교류하는 게 원칙이었다”며 “쏠림 현상에도 불구하고 균형잡힌 시각의 경제정책을 이뤄나갈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