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기억교실 책상 희생자 기리는 편지·꽃 가득
“세월호 온전한 인양과 조속한 수습 간절히 기원
아직 수습하지 못한 선배·선생님 빨리 찾았으면”
[뉴스핌=김규희 기자] 열여덟 못다핀 꽃들이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차가운 바다 아래에 있은지 어느덧 1074일이 지났다. 지난 22일 세월호 인양작업에 돌입했고 다음날인 23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수면 위 8.5m 정도까지 인양했고 오늘 수면 위 13m까지 올랐다.
23일 오후 단원고등학교 하교길 모습. |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학생들은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서로 장난치고 웃으며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단원고는 아직까지도 비통함에 잠겨있는 듯 했다. 밝았던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세월호를 언급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시선을 떨궜다.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떠나간 선배들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를 그리워했다.
단원고 1학년 김모(16)양과 이모(16)양은 “빨리 세월호가 인양돼 아직 수습하지 못한 선배들과 선생님들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침몰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책임자는 처벌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단원고등학교는 지난해 8월 20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물품을 안산교육지원청 ‘기억교실’로 이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습하지 못한 6명의 물품은 그대로 남아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물품을 함부로 옮길 수 없다는 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미수습자들의 물건은 단원고 교장실에 보관돼 있다.
단원고 관계자는 “학생과 교직원들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조속한 수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오랜 시간동안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원고등학교 교장실 한 켠에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6명(학생4명·선생님 2명)의 물품이 그대로 보관돼 있다. |
교장실 한 켠에 놓여있는 6개의 책상들 위엔 그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편지들과 꽃들로 가득했다.
조은화양의 책상 위엔 한 시민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편지에는 “무심코 바라본 시계가 4시16분에 머물러 있네요. 은화양과 친구들, 선생님까지 모두 돌아올 때 저 시계도 움직일 것만 같아요”라고 쓰여 있었다.
미수습자들의 물건은 당분간 단원고 교장실에 머물 예정이다. 단원고 관계자는 “미수습자들 물품을 그대로 보존할지, 기억교실로 이전할지 여부는 가족 분들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 전했다.
이날 시민들은 평일임에도 4·16 기억교실을 찾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렸다. 단원고 기억교실을 찾은 주부 최모씨는 교실을 둘러보다 눈물을 흘렸다. 셰프를 꿈꿨던 학생의 책상 위에 올려진 셰프 모형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정말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세월호를) 인양한다니 다행이다. 빨리 미수습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또 “어린 것들이 얼마나 춥고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된다”며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줄게 아니라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야 한다”고 전했다.
안산교육지원청에 위치한 '4·16 기억교실'. 한 시민이 기억교실을 둘러보다 책상 위에 놓여진 앨범을 읽고 있다. |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