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뉴욕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트럼포리아'(Trumphoria,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도취감)가 마침내 힘을 다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24일(현지시각)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오전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중이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율 감면 등 공약에 대한 세부사항 발표가 지연되면서 관망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지난해 대선 후 증시 랠리가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고 자신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추가 상승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 기대에 상승한 뉴욕 증시가 실제 정책의 세부안이라도 봐야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티 로 프라이스의 데럴 라일리 부대표는 "투자자들은 대선 결과로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 시장은 도취 장세에 들어갔으며 지금은 혼란 상태"라고 진단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스콧 클레먼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더 높이 오를 이유를 찾고 있다"며 "현재로썬 많은 것들이 전망이고 희망이며 의도에 불과하고 이것이 의회와 논의해야 한다는 현실과 충돌하면 실망감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가 세제와 규제 완화 등 정책의 세부안을 내놓는 데 실패한다면 시장이 급격히 위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트 캐신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 담당 상무는 "사람들은 주식 강세가 트럼프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져올 희망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한다"면서 "향후 몇 주간 구체안이 나오지 않거나 세제 개혁에 대한 반발이 있다면 시장은 극명한 실망감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지펀드 시브리즈 파트너스의 더글러스 카스 매니저는 "주식시장은 완전히 틀렸다"며 "정부의 재정 확장과 규제 개혁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경제와 기업 실적에 작고 늦은 기여를 할 것이고 이것은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주식 약세를 점치는 투자자들은 트럼프 정부와 의회가 세제와 규제 개혁보다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대체에 집중하면서 시장이 기대하는 정책이 나오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 개혁안이 거의 완성됐지만, 오바마케어의 손질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뉴욕 증시는 잠시 상승 흐름을 주춤하기도 했다.
캐신 상무는 "이 발언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절망적이었다"며 "공화당은 오바마케어에 대해 7년간 불평해왔고 그들이 의회를 장악했지만,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알렉 필립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궁극적으로 세제 개혁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 야심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내년 상원 선거에 기대를 건다. 웨드부시 증권 운용의 스티브 마소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년 공화당 지지율이 높은 주에서 13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선거에 나간다"면서 "공화당이 8개 자리를 얻는다면 의사진행방해를 거부할 수 있는 다수석을 얻게 되며 이것은 주가를 뛰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