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뫼비우스 단상] 책1

기사입력 : 2017년02월15일 18:31

최종수정 : 2017년02월15일 18:31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책에 대해 쓰려니 난감하다는 기분이 우선 든다. 생각이 모아지지 않는다. 일목요연하지 않음. 그것이 책에 대한 내 감정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것 같다.
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시절의 나. 책을 알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나. 그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더 나다운가.
잘 모르겠다.
밀도 면에선 책을 알기 시작한 후의 내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空)의 면에선 책을 알기 이전의 내가 더 큰 것 같다. 더 나다운 것도 유년기인 이 시기 같다. 그런 나는 분명 존재했지만 지금의 나는 책을 꽤 알거나 책에 의해 어쩌면 오염된 상태이기에 그 세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지금 세상은 말하자면, 책을 피하기가 곤란한 세상이다. 물론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학력이 낮은 사람들도 최소한 한 두 권의 교과서는 읽었을 것이다. 책이 문화의 중요한 근간이 되는 문명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다양성을 생각하자면 책이 없는 문명도 있었고 또 가능할 것이다. 야만 문명도 있을 것이고 고등 문명도 있을 것이다.
신들의 세계 즉 신들의 문명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곳에도 책이 있을까? 있다면 우리가 사는 문명권의 상식으로 볼 땐 모순율에 빠지게 된다. 신들의 세계엔 책이 없어야 한다(있어야 한다면 ‘생명책’ 한권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문명권의 한계 내의 생각일 뿐일 수도 있다. 즉 신들의 세계에도 책이 존재할 수 있다.
지금껏 내가 읽어온 책들. 읽지 않은 책들. 후자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모르는 책, 상상도 할 수 없는 책들이 허다할 것이다.
읽어온 책들은 그 방식이 다양하다. 완독한 책. 읽다가 만 책. 오독한 책. 읽었으나 내용을 망각한 책. 내용이 변한채 기억되는 책. 읽으며 너무 좋아 질투가 난 책. 이런 것도 책이라고 썼나라는 분개심에 던져버린 책. 스탠드 불빛 아래 밤을 새워 읽은 바슐라르의 책, 이불 속에 들어가 공포와 행복 속에 읽은 에드가 알렌 포우의 검은 고양이...알렉산드리아에 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에 타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사라져버린 책들마저 생각하면 그 상실의 별나라가 그리워 몸이 저린다.
책 중에 철학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편이다. 책과 세상의 근저에 철학이 도사려 있다고 여겨서였다.
상당수의 철학책들이 그 이후의 철학책들이나 해체주의의 칼날에 의해 해체되는 것을 봐야 했다. 책들의 근본이라고 여겨온 철학책들이 해체되기에 남아있는 중요한 책들이 많진 않아 보일 때도 있었다. 해체의 칼날을 휘두르는 책들도 언젠가 해체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보단 오히려 시원했다. 책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책이 임무를 다하고 허공 내지 무(無)로 귀환하는 날.
언어는 점토판이나 파피루스, 양피지, 종이 등에 담기기 전엔 허공에 담겼었다. 허공을 닮은, 즉 말(語)의 형태로. 담기자마자 사라지는 그것은 음악과 멀진 않았다. 책이란 고정 틀에 모아질 수 없고, 모아질 필요도 없었다. 도서관이란 것이 해괴한 것이 되는 시대였다.
그러한 말의 세계는 장구한 세월을 유지해왔다. 단순한 발화로 시작되었음직 하며 그 이전엔 침묵의 세계가 있었을 것이다.

인류는 그 시절에 쓰여진 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에 대한 책들은 모두 추론이며 해석일 뿐이다. 그 시절에 생산된 책이 없고 생산될 수도 없었다. 달리 말하면 책의 생산이란 말은 적어도 수백만 년이 되는 인류의 역사에서 거의 최근에 해당되는 것이다. 문자 없는 그 장구한 세월에 비춰본다면 책도 괴물이고 책의 생산은 더더욱 괴물이다.
그 이중의 괴물이 당연한 듯이 존재하며 유지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며 문화이다. 플라톤의 책도 괴물이며 제자백가의 책들도 괴물이다. 플라톤의 책이나 그것을 해체한 니체, 들뢰즈의 책도 다 괴물이다. 문자 없는 그 세월을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물론 그렇게 희화될 수는 있어도 그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미는 아주 풍성하게 살아 있다. 인류는 본 적도 살아본 적도 없는 시대의 이것저것들에 대해 과학과 인지, 상상력의 발전에 힘입어 놀랄만한 담론을 펼치고 있다. 그 풍부함 전체를 괴물이라고 퉁치는 것. 이것이야말로 해체 아닐까.
문자 없는 장구한 그 시절은 인류의 뿌리임이 틀림없다. 그 시절을 제대로 느끼려면 문자 아닌 휘파람이나 몸짓, 간단한 발화, 침묵이 길일 수도 있다. 명상도 길일 수 있는데 그것은 비행기 표를 끊고 배를 타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 문자 없는 시절의 뿌리가 되는 그 이전의 시절도 있다. 뿌리의 뿌리 즉 깊숙한 뿌리는 해괴하거나 초월적이어서 상상하기 힘들다. 인류는 책의 생산 시대에 들어선만큼 그 깊숙한 뿌리 시절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을 지식의 형태로 가지고 있다. 도킨스 류의 책이나 지적 설계론, 외계인과 관계된 책 같은 것들이다. 그 내용들이 어느덧 익숙해져 있기에 그 익숙함의 베일을 벗겨낸다면 그것 역시 괴물임에 틀림없다. 책의 생산이란 말이 이중 괴물로 이미 불리운데다가 그런 패러다임 안에서 또다시 괴물스런 해석이 나온 셈이다.

그래서 어쩌잔 말인가.
과학이나 탐구, 상상력으로 어렵게 얻은 그 지식들을 폐기하잔 말인가. 누군가 해체 철학 류에 대해 말했듯 그것도 지적 사기에 속한단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괴물이라는 역설적 표현을 하나의 망치로 삼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빌어 그 시절 더 나아가서는 책의 세계마저 해체해 보려는 것이다. 해체의 목적은 진실과 사실을 드러내 보고자 함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자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더욱 잘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인류가 이루어낸 담론들은 아마도 훌륭할 것이다. 그 자체로 진화를 통하든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진실과 사실에 더욱 근접하는 것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도 괴물 운운은 유효할 것이라고 본다.
문자의 세계는 문자 이전과 이후를 포함한 광대한 시간 속의 비밀들을 적어도 우회적으로는 밝혀온 것이 사실이다. 그 모두를 음미하고 해석, 재해석할 수 있는 대단한 세계이다.
책을 빼놓고는 지구의 문명을 말할 수 없다. 지구의 문명 내지 그 방향에 책은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사실 책 한 권 한 권의 깊이의 세계는 놀랍다, 내가 해온 극히 제한적인 독서의 느낌으로도 그러한데 지구에 나온 책들을 모두 읽고 완벽하게 소화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과연 어떠할까. 그가 만약 독서를 그쯤에서 중단하고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 공(空)의 세계의 경지에 들어섰다면 그때 느끼는 책의 세계, 그리고 우주는 어떠할까. 그런 사람이 불가능하기에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런 상상의 인물이 한명이 아닌 다수라고 한다면 그들 각자의 생각이 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상상을 펼쳐도 책과 공(空), 우주에 대한 느낌은 퉁쳐서 더욱 미스테리해진다.
모든 동물들은 진화의 끝에 가면 책을 쓸지도 모른다. 그 책들은 어떤 세계를 담고 있을까. 전혀 다른 맛을 우리는 동물의 덕택에 느낄 수도 있다. 벌레에 대해서도, 미생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상이지만 그걸로도 색다른 놀라운 세계에 닿을 듯 하다.
모든 식물들은 아무리 진화해도 책을 쓸 필요도 없고 쓸 길도 없다. 귀도 없고 입도 없고 눈도 없고 손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청각 이상의 세계를 지니고 있고 발화 이상의 세계, 시각 이상의 세계, 동작 이상의 세계를 지니고 있다. 그 세계들은 상상 초월이다.

책에 대해 그럴듯한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쓰고 나니 단견 내지 편견 하나 추가한듯한 느낌이 강하다. 민망하고 부끄러워진다. 제목으로 되돌아가 <책>을 <책1>로 수정한다. 책에 대해선 <책∞> 즉 무한대의 담론이 가능할 것이다. 책의 세계는 무한이며 공(空)의 세계, 우주는 무한이자 무궁일 것이다.
책을 쓰는 사람인 나로선 내 책 중의 한 권을 태워서 재로 만들어 꽃나무 아래에 묻으련다. 꽃에 붉은 색조가 조금이라도 짙어지길 바라면서.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오늘 尹대통령·이재명 첫 영수회담...협치 물꼬 트이나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정부 출범 2년 만에 첫 영수회담을 진행한다. 민생회복지원금,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의대 증원, 연금개혁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 대표의 모두발언 수위와 독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회 형식의 영수회담을 갖는다. 윤 대통령·이 대표 순으로 공개 모두발언을 한 뒤 비공개로 전환한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개최한다. [사진=뉴스핌DB] 민주당 측에선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이,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한다. 비공개 회담 이후 양측이 각각 결과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22대 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여소야대 속에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윤 대통령에겐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난 2년과 같이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할 경우 레임덕의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양측은 회담 의제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으나 민생회복지원금·채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의대 증원·연금개혁 등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범야권을 중심으로 요구가 거센 '국정기조 전환'도 언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대부분의 현안들에 여야 이견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 내용·수위에도 이목이 쏠린다. 합의문 도출 가능성이 낮은 만큼 '총선 민의를 전달하는' 모두발언 메시지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 동안 외부일정을 최소화하고 발언문 작성 등 회담 준비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독대 및 영수회담 정례화 여부도 주목된다. 첫 만남에 모든 현안을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주기적으로 만나며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hong90@newspim.com 2024-04-29 06:00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