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와 민사는 달라, 민사상 불법 가능해 주의해야
[뉴스핌=황유미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수없이 많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런 의혹들을 밝히는 데 '녹음 파일'이 주요 증거 역할을 하고 있다. 몰래 녹음한 것인데도 합법적인 재판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데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특위 청문회에 참석해 최씨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통화 녹음파일 2개를 공개했다.
당시 대화 내용은 국정 개입 의혹이 보도되기 시작하자 최씨가 고영태씨에게 태블릿PC가 조작품이라는 등 사건과 관련해 '입맞추기'를 지시하는 게 골자였다.
녹음파일 공개로 최씨의 국정농단 개입 의혹이 사실에 가까워졌는데다 사건 은폐까지 시도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폰 녹음파일도 관련 의혹을 밝히는 주요 증거다. 해당 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 때 해야 할 발언에 관해 일종의 지침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최씨,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세 사람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중요 증거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화를 '몰래' 녹음한다고 하면 '불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타인 간'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범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대화나 통화를 할 때 둘 중 한 사람이 녹음을 하면 해당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녹음한 이가 '타인'이 아닌 대화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녹음파일은 재판에서 합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과 노승일 전 부장의 녹음파일 및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된 이유다.
하지만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이가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A라는 사람이 B와 C,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를 통해 수집된 증거들도 법적 효력을 인정 받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의 의원의 막말 통화 내용이 공개됐을 당시에도 대화를 녹음한 이가 통화 상대방인지, 통화를 듣던 제3자인지 여부가 주목받은 바 있다.
세 사람이 참여하는 대화도 마찬가지다. 대화 분량에 관계없이 대화의 참여자가 녹음하면 불법이 되지 않는다.
2014년 대법원은 세 사람이 대화를 하는 데 한 사람이 나머지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소형 촬영기와 무선통신장치를 이용해 인터넷에 공개한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화의 참여자가 녹음했기 때문에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고 공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한 녹음을 공개한 행위가 민사상으로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어 녹음과 해당 파일 공개에 대해 주의가 요구된다.
법무법인 고우의 고윤기 변호사는 "대화 당사자가 녹음을 공개하는 것은 형사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민사적으로는 위자료 등을 물수도 있다"며 "민사상 불법이라는 판결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추세여서 대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어떤 사정'이 인정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