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장기적 개헌 논의 시작…'개헌' 아닌 '헌법 성숙'에 힘 쏟아야"
[뉴스핌=이윤애 기자] "현재는 개헌을 할 시기가 아닙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해서 일어난 일이 아닌 헌법을 '안 지켜서' 일어난 일입니다. 때문에 헌법 수호를 위한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국가 기본법을 함부로 손대면 안 됩니다. 다만, 장기적 개헌을 위한 연구를 시작해 나가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제1야당 통일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이자 개헌특위 간사로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박찬종 변호사는 뉴스핌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최근의 개헌 논의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헌법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대로 안 해서 일어난 일로 오히려 헌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의 처벌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차례 개헌을 통해 아무리 좋은 헌법조문을 마련해도 단순히 '인쇄된 활자'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개헌이 화두로 떠올랐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제9차 개헌 이후 우리 사회가 급속한 변화를 겪으며, 19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17‧18대 대선을 앞두고는 5년 단임제의 정책 연속성 감소 문제로 '대통령 4년 중임제', '4년 연임제'를 주장했다면,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분권형 대통령제의 요구가 많다.
박 변호사는 현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당 및 국회의원이 헌법 제66조와 제46조, 제8조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조항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준수할 책무'(헌법 제66조2항)가 있고,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헌법 제46조 2항),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헌법 제8조 제2항)고 규정한다.
박 변호사는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헌법수호의 책임을 져야하는데, 그 임무를 다하지 못했고, 정당과 국회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데, 자신들이 헌법에 규정된 책임을 다하지 않으니 제왕적 대통령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그는 "정당이 헌법 제8조에 따라 조직, 목적, 활동을 민주적으로 해야하는데 공천도 민주적이지 않고, 조직은 정치 의사 수렴을 위한 조직이 아닌 계파 투쟁을 위해 조직화됐다"며 "현재 정당들은 중앙집권적 관료체제로 서열에 의해 대표와 최고위원이 있고, 거기에서 당론을 결정해 국회의원들에게 지시‧명령하는 등 국회의원들을 '정당의 부속품' 취급한다. 이런 조직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고 꾸짖었다.
그는 더 나가 헌법 수호를 위해 "중앙당 체제를 만들어 계파투쟁하는 의원과 자율권을 행사하지 않는 의원, 민주적 공천을 막는 의원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헌법에 규정한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능을 살리면 제왕적 대통령이 출현하지 않고 대한민국은 태평성대(太平聖代)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와 함께 개헌 논의는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87년 개헌 당시 제1야당 개헌특위 간사로 직접 개헌 작업을 담당했던동시에 5선을 지낸 원로로서 진심어린 조언이다.
박 변호사는 "개헌 당시 내가 만든 초안에는 6년 단임, 정·부통령제, 국회의원 임기는 3년으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선거를 하도록 했다"며 "6년이 너무 길다는 지적으로 5년으로, 부통령제 채택하면 각당에 권력 투쟁이 시작될 것 같아 이를 없앴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만약 그때 부통령제를 채택했다면 이번에 사태에서 대통령 사임 후 남은 임기를 부통령이 승계해 쉽게 됐을텐데"라고 속상함을 표했다.
그는 "우리 헌법에는 권력 승계에 대한 이 같은 결함이 있는데 개헌론자들인 이런 이야길 안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 조문이 130개인데, 많은 개헌론자들이 이를 다 안 읽어보고 얘길한다. '몸에 안 맞는다', '30년 됐으니 바꾸자', 이게 무슨 아파트인가. 이 이야기만 하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도 문제점들을 거론했다.
그는 "미국이 4년 연임제를 하고 있어 좋아보이지만, 미국은 240년 운영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전통을 존중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중임제를 하면 '5년 해먹자'는 걸 '8년 해먹자'로 바뀌게 된다. 그럼 첫해부터 8년에 맞춰 예산, 인사를 진행해 낙하산 인사는 더욱 광폭해지고 예산은 인기 위주로 편성되고, 재벌들과의 정경유착은 더욱 광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내각제는 정당끼리 정권을 주고 받는 것인데, 현재 정당들에 안심하고 정권을 맡길 수 있나"라며 "각당의 지도부가 흔들리고, 비상체제가 계속 만들어지는데 우리가 그 정당을 어떻게 믿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유럽에서 200년, 100년 된 정당들이 질서가 잡혀서 내각제를 하는 것"이라면서 "그 결과만 보고 내각제를 한다면 큰일 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제도를 '성숙'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