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촉발 우려..제조업 일자리 회복 걸림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두드러진 달러화 강세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발등을 찍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 경제 성장 기대감을 높이면서 초래된 달러화 랠리가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포함해 정작 그의 공약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가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달러화는 지난 11월8일 미국 대선 이후 무역가중치를 기준으로 주요 통화에 대해 3.3% 상승했다.
1조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와 감세, 재정 확대 등을 통한 경기 부양책에 대한 공약이 미국 경제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을 부추겼고, 이는 달러화 강세로 이어졌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강달러가 트럼프 당선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대선 기간부터 보호 무역주의를 강력하게 옹호하며 주요국과의 무역 협정을 재검토해 미국에 불리한 부분을 바로잡는 한편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강달러는 이미 미국의 수출 경쟁력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고, 트럼프 당선자의 무역 적자 축소 계획을 좌절시킬 것이라고 업계 애널리스트는 주장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달러화 강세가 슬로모션 형태의 열차 탈선과 같은 상황을 일으키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커다란 혼선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터슨 연구소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속도를 내면서 달러화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월가 주요 IB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준금리와 달러화가 시장의 예상대로 동반 상승할 경우 올해 2.7%를 기록한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2021년 약 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무역적자 축소는 트럼프 당선자가 대선 캠페인 당시 내걸었던 공약 가운데 핵심 사안에 해당한다. 적자 해소가 미국 경제 성장률을 상당폭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당선자 역시 강달러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대선 기간 중 “달러화 강세는 듣기 좋은 말이지만 적정 수준일 때 얘기”라고 언급했다.
달러화 강세가 보호 무역주의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주요 통화의 환율 급등락이 심화되면서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교역 상대국들을 비난, 각국의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무역 정책자는 FT와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전세계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강달러가 기업 경쟁력을 깎아 내릴 경우 해외에 유출된 제조 부문 일자리를 미국으로 이전시킨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