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시장물건 신규가입·갱신 불가
[뉴스핌=이지현 기자] 흥국화재가 12월부터 전통시장 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사고 이후 시장물건의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시장 물건 보험 인수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시장 상인들의 보험 가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최근 시장물건의 보험가입이 불가하다는 방침을 회사 내부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대구 서문시장 화재사고 이후 시장물건을 분석한 결과 소화활동의 어려움과 가연성 재고가 많다는 점, 건물 노후로 인한 전손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흥국화재는 12월 1일부터 시장물건에 대해서는 신규 가입이나 갱신 모두 보험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다.
전통시장의 화재보험은 위험성이 커 이전부터 가입이 어려웠다. 전통시장은 미로형 골목에 노후한 소규모 점포가 밀집해 있고 안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자주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험사들은 전통시장 물건 인수를 꺼려왔다.
![]() |
지난 30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흥국화재는 전통시장의 보험가입을 사실상 중단했다.<사진=뉴시스> |
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통시장 화재 1건당 평균 피해액은 1377만원 정도였다. 전체 화재의 1건당 평균 피해액이 847만원 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피해 규모가 1.62배정도 더 큰 것.
실제 이번 화재사고가 난 서문시장은 피해액이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지난 2005년에도 한 차례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에도 186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 전통시장의 보험 가입률은 20%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통시장의 보험가입이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 흥국화재마저 시장물건 보험가입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 상인들의 보험 가입은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불이 한 번 나면 그 손해가 너무 크다"며 "보험 가입 심사 과정에서 부동산의 건축 자재나 동산의 규모 및 가연성 정도, 과거 화재가 얼마나 발생했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인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도 질병이 있는 사람이나 건강이 안좋은 사람에 대해서는 인수 심사를 까다롭게 하듯 전통시장 물건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통시장의 보험 가입을 민간 영역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화재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손실률이 높고 사후 배상 문제에서도 객관적인 손해액 판단이 어려운 문제가 있어 가입을 꺼리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시장의 보험가입을 민영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서민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이를 책임보험화 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장의 화재사고 발생 가능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고 예방 및 수습이 어려운 전통시장 환경을 개선한 뒤 보험가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자본력이 부족하다보니 피해 규모가 큰 시장 화재 사고를 커버할 수 없어 보험 인수를 안할 가능성도 있다"며 "보험을 논하기에 앞서 소방시설, 전기배선, 시장구획정리 등을 통해 시장의 사고 피해를 줄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