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끈에서 실로. 아름다운 여행

기사입력 : 2016년12월02일 16:46

최종수정 : 2016년12월02일 16:46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넝쿨 역시 태고적에 우연히 발견되어 요긴하게 쓰였을 것이다. 끈의 형태로 서서히 발전해 사냥한 동물의 다리를 묶을 필요가 있을 때도 쓰였을 것이다. 채취한 식물들을 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뜨거운 날에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귀찮게 하면 그것을 묶는 지혜도 생겼을 것이다. 지금 여자들이 특히 여름에 머리카락을 묶는 것도 그 기원이 사람들이 초기에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동물을 잡을 때에서 그리 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끈을 격자로 이어 짜면 그물이 된다. 그물 역시 손의 연장인 성격이면서도 훨씬 광대하다. 개울이나 바닷물 속에 펼쳐져 수많은 물고기들을 일시에 잡는다.
말을 타고서 휘두르는 채찍은 끈을 작대기에 연결한 것이다. 팽이를 칠 때의 팽이채도 구조가 같다. 올가미도 끈과 작대기의 혼성품이다. 소쿠리 안의 작은 작대기에 긴 끈이 매여 있다. 소쿠리 역시 그물과 같은 구조로 촘촘히 짠 것이다. 재료가 짚이면 가축화 이후의 말채찍이나 팽이채처럼 농경 시대의 작품일테지만 그 이전의 구석기 시대엔 소쿠리에 해당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물이나 올가미의 발명으로 인해 물 속의 고기나 하늘의 새마저 더 쉽게 잡을 방법이 터득된 것이다.
끈은 잇는 속성이 있다.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물건들을 서로 잇는다. 돌을 깨어 만든 돌도끼날을 언제부턴가 고대인은 나무 토막에 묶었다. 넝쿨이나 갈대나 골풀 등이 끈으로 사용되었음직하다. 묶여지자 편하기도 할뿐더러 일이 쉬워진다. 돌도끼의 자루를 손에 쥐고 짐승을 도살하거나 분해할 때 적은 힘으로도 큰 효과를 얻는다.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른바 원심력의 발견이다.
자루가 길수록 힘의 효과가 커지는 것을 느끼기에 돌도끼날에 묶는 자루를 길고 짧도록 이것저것 대보았을 것이다. 길수록 유리한데 너무 길면 신체의 한계로 인해 이용할 수 없으니 적당선에서 여러 자루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각각의 유용성이 체득되었을 것이다.
골프채는 클럽 페이스의 각도인 로스트와 함께 클럽의 길이에 따른 원심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채에 이용되는 원심력이나 고대인들이 돌도끼의 자루에 적용한 지혜가 원리적으로 똑같다. 골프채를 제작하는 데에도 고대에 체득된 원리가 배어 있는 것이다.
나뭇가지나 작대기를 통해서도 힘의 원리를 느꼈을텐데 끈과 그것이 조합되자 더 생생했을 것이다. 물론 그 원리를 도출해내어 이론적으로 밝히거나 공식으로 만드는 것은 그 후대에 일어나지만 몸과 삶 속에서 일어나기에 문화에 다채롭게 투영되어갔을 것이다. 끈의 끝에 돌멩이를 매달아 빙빙 돌려 내던지는 방식의 무기도 그 중의 하나이다. 손과 발 위주로 사용하다가 작대기나 끈 같은 초보적 도구를 사용하다 보니 그로부터 얻는 지혜가 그 후의 무수한 효용성이나 원리들의 초석이 될 것이다.
그런데 끈은 나뭇가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나뭇가지는 그저 외부에 있는데에 반해 끈은 다르다.
끈의 원형을 탯줄이라고 해도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고대인들도 탯줄의 존재를 안다. 출산을 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끊어냈을 것이다.
그처럼 끈이란 것은 원래 이어져 있는 성격이기도 하다. 탯줄이 끊겨야만 어미도 살고 자식도 살기에 끊어낸다. 그 행위를 문명적이라고 말하기도 뭐하다. 포유류의 동물들도 탯줄을 어떻게든 끊어낼 것이기에 자연에 가까운 일이다. 포유류적인 그 행위에서 인간은 의미를 감지하고 생성시킨다. 동물에게도 모종의 감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 정도나 차원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두 발로 걷고 도구를 쓰면서 문화를 만들어가며 인지가 생겨난 인간은 그 순간 한층 강한 인지가 형성됨직 하다.
하나에서 떼어내 둘이 되어야 둘 다 산다. 그 둘은 하나였다. 하나가 둘이 되었다. 그 둘을 잇는 끈은 자연에서 나온 것인데 끊어내야만 생명의 흐름이 가능하니 탯줄을 죽여야만 한다. 그 죽임이 없다면 생도 불가능하다. 생을 위해서는 죽임이나 희생, 버려짐이 필수이다.
생명과 죽음. 하나와 둘. 그 관계. 연속과 단절. 기원..이런 등등의 관념이 원초적인 인지의 형태로 적어도 잠재력 속에 생성되어 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주 약한 상태일지는 몰라도 그런 느낌이 세대를 거듭해 쌓이는 동안 인류의 삶과 문화의 기본 정서가 되어갔을 것이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게 되면서 끈의 유용도가 한층 커졌다. 가축화한 동물들을 가두어 기를 우리를 지을 때도 나무 기둥을 박고 나무들을 얼기설기 엮어 끈으로 묶어야 했다. 수확한 농작물을 묶을 필요가 있었다. 움막을 지을 때도 지붕이나 문에 끈이 필요했을 것이다. 획기적인 변화는 무엇보다도 의복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삼베옷이나 무명옷, 명주옷 모두 정착 생활 이후의 작품들이다. 물레를 돌려 실을 잣는 풍경은 정착 생활의 어느 시점 이후로 일상 풍경이 되어 나갔다. 실의 탄생은 인류의 값진 업적 중의 하나이다.
실은 그 용도도 크지만 심리적으로나 미적으로 깊은 정서와 함께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실이 생겨나지 않았다면 인간의 정서는 지금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실은 베틀에 얹혀져 천이 되어간다. 뜨개질 바늘에 꿰여 한뜸 한뜸 맺어지며 옷으로 변모한다. 거기엔 어머니의 정성이 배여 있다. 비약도 없고 꾀도 없다. 논과 밭에서 씨를 뿌려 수확하는 일과 그 시작, 과정, 결실의 면에서 구조적으로 똑같다. 시간은 어느덧 계절에 따른 순환의 관념으로, 떠돌던 시절보다 훨씬 강하게 가슴에 들어와 있다. 그런 순환적이며 안정적인 방식이 농사일에나 밥을 짓는 일, 옷을 짓는 일에 똑같이 적용된다.
농사를 짓다. 집을 짓다. 밥을 짓다. 옷을 짓다. 서로 다른 이 행위들에 ‘짓다’라는 동일한 동사가 들어가는 현상이 재미있다. 잡다, 나꿔채다, 죽이다, 도망가다. 이런 동사들이 어울렸을 그 이전의 시대를 생각하면 더욱 분명할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느낌의 개념이 다양한 행위들을 관통하며 흐르는 것이다. 업을 짓다, 마무리를 짓다, 노래를 짓다, 시를 짓다 같은 정신적 차원에서도 ‘짓다’라는 동사가 들어간다.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업을 짓고 마무리를 짓고 노래를 짓고 시를 짓는다. ‘짓다’처럼 정착 생활을 꿰뚫는 말도 없을 것이다. ‘짓다’는 농경 생활의 핵심이다.
‘미소를 짓다’도 그럴 것이다. 인간 사회에 예의나 품성이 과거와는 변별되어 생성되어나갔을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짓다’가 정착 생활 이후에 탄생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말들이 유목 생활과 정착 생활을 통털어 언제 처음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서적으로 그런 흡사한 유대감을 지닌다는 뜻이 더욱 나을 것같다.
과학은 과학 나름대로 발전하여 서양 과학의 물리학에서 초끈 이론으로 삼라만상의 기원과현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이론도 끈이라는 존재가 없으면 애초 불가능하기에 태고적의 끈 형태에 기원을 둔다고 해도 별 의미는 없지만 망언은 아니다. 초끈 이론 더 나아가 M이론이 우리 우주를 포함한 우주 전체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임을 상기한다면 끈은 현대의 첨단 과학의 정점까지 아우르는 공헌이 있다. 태고적의 작대기 하나가 현대의 망 세계를 포함한 물질적 차원을 이룬 토대라고 한다면 태고적의 넝쿨 하나가 초끈 이론이나 M이론 같은 학문이나 정신적인 차원의 토대를 이루었다고 대충 퉁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작대기나 끈이나 모두 선이다. 그 단순함이 물질과 정신, 그 이상의 차원으로 분화, 생성, 진화되어 가는 문명의 시초를 이룸과 동시에 그 최초의 이미지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예쁜 실로 짜여진 남방을 입은 어느 과학자가 초끈 이론을 더욱 깊게 탐구해 나간다. 그 풍경 속에 나는 까마득한 시절에 고대인이 숲에서 넝쿨 한 줄기를 쥐어뜯는 모습을 얹어 본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사진
특검, '공천개입 의혹' 윤상현 의원 소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7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소환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이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은 "진실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은 조사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의원은 2022년 6월 치러진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특검은 김건희 여사가 당시 전략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윤 의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후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 전략공천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달 8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07.27 mironj19@newspim.com wonjc6@newspim.com 2025-07-27 10:0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