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시멘트 만들어도 운송 못해…공장 가동률 낮추고 감산
[뉴스핌=한태희 기자] 역대 최장 파업을 이어가는 철도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시멘트사가 곤란을 겪고 있다. 화물열차 운송률이 뚝 떨어지면서 시멘트 운송에 차질이 생겨서다. 파업 전 시멘트를 미리 운반해 쌓아둔 재고도 바닥났다.
21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25일째 이어지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시멘트사가 물류대란을 겪고 있다. 특히 내륙에 생산기지를 둔 시멘트사일수록 파업에 따른 파장이 거세다. 해안에 생산시설을 둔 시멘트사는 배로 시멘트를 운송할 수 있는데 내륙사는 그렇지 못해서다.
A시멘트사 관계자는 "시멘트를 전국에 있는 저장고(사이로)로 운반하는 방법은 화물열차와 벌크트레일러"라며 "지금 화물열차 운송률이 떨어져 시멘트 운송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B시멘트사 관계자는 "화물열차로 일일 9000~1만톤을 운반했는데 지금은 3000~4000톤 밖에 못 나르고 있다"며 "시멘트를 계속 만들어도 운반하지 못하고 공장에 재고로 쌓이기 때문에 공장에서도 이 정도 분량(3000~4000톤)만 생산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운송 차질로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생산량을 줄였다는 얘기다. 코레일에 따르면 화물 열차 운송률은 평소 대비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저장고에 쌓아둔 재고도 바닥을 드러냈다. 시멘트는 건설 현장에 바로 운송되지 않고 전국 각지에 있는 저장고로 공급된다. 시멘트사는 전국 각 도마다 저장고 1개 정도를 갖고 있다. 이곳에 일단 옮긴 후 벌크트레일러로 건설 현장에 시멘트를 공급하거나 레미콘사에 납품한다.
C시멘트사 관계자는 "사이로(저장고)에 있는 재고는 현재 없다"며 "그날 운송해 그날 소비하는 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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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지하철 공동파업 출정식이 열린 9월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메트로 군자차량기지에 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문제는 파업이 더 길어지면 운송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화물열차 운송률이 떨어진 것을 감안해 벌크트레일러 운송량을 늘렸다. 하지만 이 방법이 효율적이지도 않고 물류비 부담만 증가시킨다는 설명이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화물 열차 1량이 운반할 수 있는 시멘트는 약 52톤이다. 20량짜리 화물열차를 한번 운행하면 약 1000톤을 운반할 수 있다. 반면 벌크트레일러 1대로 옮길 수 있는 시멘트는 25톤이다. 벌크트레일러 40대를 추가로 투입해야 겨우 열차 1회 분량을 맞출 수 있다.
B시멘트사 관계자는 "열차 운행 감소로 벌크트레일러를 추가로 투입한 상황"이라며 "여기서 더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대체 수단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철도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등을 내걸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