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현 기자] 올해 상반기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부산 해운대·연제구 분양 단지들이 ‘청약 광풍’을 이끌었다.
이 가운데 해운대 마린시티자이 84㎡는 837대 1로 전국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서울 강남 재건축을 압도하는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또 제주 제주시 첨단과학기술단지에 공급된 아파트도 경쟁률 300대 1을 넘는 인기 속에 청약을 마감했다.
지난 2·5월 수도권과 지방에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가 강화되며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이 가능한 청약 시장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몰린 것. 공급과잉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될 곳만 된다’는 심리가 작용한 점도 이들 지역 열기를 높였다.
다만 청약 광풍이 고분양가로 이어지며 이 달부터 정부가 집단대출 규제에 나섰다. 이에 따라 하반기 분양시장은 상반기보다 다소 진정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1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분양시장에 청약한 1순위자는 150만4479명(6월 28일 기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127만7452명에 비해 17.8% 증가했다.
최근 분양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부산과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이 ‘청약 광풍’을 주도했다. 제2공항 건설 확정과 외국인 투자 유입 등으로 떠오른 제주 분양시장도 뜨거웠다.
지난 4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GS건설이 분양한 ‘마린시티자이’는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180가구 모집에 8만1076명이 접수해 평균 4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면적 84㎡A는 60가구 모집에 5만197명이 몰려 837대 1의 전국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마린시티자이를 포함해 상반기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6개가 부산에서 공급된 단지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공급된 ‘거제센트럴자이’ 전용 84㎡A는 81가구 모집에 5만3947명이 청약해 666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 전용 84㎡B는 363대 1을 기록해 전국 7위다.
강서구 명지동에 분양된 ‘명지국제신도시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 전용 84㎡A는 505대 1(4위), 연제구 연산동 ‘연산더샵’ 전용 84㎡A는 411대 1(5위),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비스타동원’ 전용 84㎡Z는 385대 1(6위)다.
상위 10개 단지 중 8~10위는 제주시 월평동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꿈에그린’이 353대 1에서 3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차지했다.
수도권에서는 ‘강남發 재건축 열기’가 분양시장을 주도했다. 이 열기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뿐 아니라 경기 과천까지 확장됐다.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삼성물산이 경기 과천 주공7-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센트럴스위트’다. 전용 59㎡C 5가구 모집에 582명이 청약해 1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전용 59㎡는 77대 1을 기록해 9위도 차지했다.
이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을 재건축한 ‘신반포자이’ 전용 59㎡A 107대 1로 뒤를 이었다. 강남 일원현대를 재건축한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 59㎡A은 90대 1대로 5위를 기록했다. 강남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59㎡A은 78대 1로 8위다.
이들 지역의 청약 열기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와 분양시장 양극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지난 2월과 5월 각각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시작된 여신심사 강화가 오히려 중도금대출(집단대출)이 가능한 분양시장으로 투자자가 몰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 청약 열기가 이어지며 건설사들도 슬금슬금 분양가를 올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월간 3.3㎡당 평균 분양가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전국 3.3㎡당 평균 분양가는 922만원이다. 지난 1월 904만원으로 3.3㎡당 평균 분양가가 처음 900만원대로 진입한 이후 매달 올랐다. 특히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서울, 부산, 대구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9월 3.3㎡당 1797만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서울 평균 분양가는 올해 1월 2015만원으로 2000만원을 넘긴 뒤 매달 올라 지난 5월 2067만원까지 상승했다.
신반포자이는 3.3㎡당 평균 분양가 4290만원을 기록해 본격적인 ‘4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현대건설이 이 달 서울 강남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3.3㎡당 5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지나친 고분양가 논란과 국토교통부의 집단대출 규제 움직임에 4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상반기 정비사업 등 민간택지 공급 물량이 늘며 분양가가 올랐다. 고분양가 신규 단지들이 부동산 시장 투기 바람을 조장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국토부는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HUG가 중도금 대출 보증을 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중도금 대출 이자율을 최소 1~2%포인트 이상 올려 고분양가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투기수요(가수요)가 어느 정도 정돈되며 청약시장이 다소 진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예상했다.
권일 팀장은 “이 달부터 집단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서울 강남권이나 전용 85㎡초과 중대형 등 분양가가 높은 물량들은 투기수요가 빠져나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상반기에 비해 청약시장은 비교적 차분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입지, 생활인프라를 잘 갖춘 지역들은 여전히 수요가 많아 대출 규제 여파가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