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의문에 책임까지 회피해 논란 예상
[뉴스핌=정광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른바 ‘한국판 잊힐권리’로 불리는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의 포괄적 적용을 확정했다. 그동안 IT 사업자들 꾸준히 제기한, 프라이버시권 침해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일부 콘텐츠에 대한 제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조치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IT 기업들은 일단 방통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측은 “방통위 가이드라인 취지를 존중하며 지식iN 서비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다”고 21일 밝혔다. 11번가와 인터파크는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상품평도 고객에 요청이 있으면 일괄 삭제키로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업계의 본심은 다르다. 무엇보다 그동안 방통위가 사업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여러차례 자리를 마련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인 의견조차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의구심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허울뿐인 공청회 및 설명회를 진행, 사업자를 우롱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당초 IT 업계에서 가이드라인의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적용 범위가 모호해 지나치게 넓은 영역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은 지적해왔다. 실제로 네이버 지식iN과 오픈마켓의 상품평의 경우 개인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특정 게시물이 삭제될 경우 해당 카테고리 자체가 유명무실화 될 수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본인 직접 삭제할 수 없는 자기게시물을 사업자가 대신 처리해 프라이버시권 등을 보장하자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예외없는 적용을 추진해왔다”며 “지난 5월 사업자 설명회에서 지식인이나 상품평 등은 삭제가 어렵다는 민원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은 밝힌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을 마련, 사업자에게 시행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이로 인한 문제 발생시 책임소지 측면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따르면 사업자가 특정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하면 30일동안 블라인드 처리를 하게 되며 게시자가 의의를 제기할 경우 최종 판단은 법원의 소관으로 넘어간다.
또한 사업자가 충분한 조치를 취해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정 정보의 유통으로 야기된 사용자의 피해에 대해서도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게시자가 블라인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사후 책임도 피할 수 있다.
반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자기게시물의 삭제와 이에 따른 책임까지 모두 사업자의 몫이다. 사용자가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게시물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지만 최종 판단과 수행은 전적으로 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 현행법보다 오히려 사업자 보호에 취약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시작된 잊힐권리의 핵심은 의도치 않는 사적 정보가 노출돼 개인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자는 것으로 방통위 가이드라인처럼 개인정보가 포함된 모든 자기게시물의 삭제와는 거리가 있다”며 “사업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책임까지 넘겼다는 점에서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