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이현경 기자] 방송가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쿡방이 유행하면 방송계는 분주하게 쿡방을 편성하고 노래 예능이 대세가 되면 기존 유행하는 패턴에서 구성을 조금 바꿔 새로운 프로그램이랍시고 내놓는다. 그렇게 편승해서 운이 좋게 흥행하면 ‘새로운 프로그램의 탄생’이고 특색 없는 급조한 프로그램은 ‘보기 좋게 카피한 프로그램’으로 비친다.
최근 방송 흐름의 키는 케이블과 종편이 잡고 있다. 최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 예능, 쿡방과 먹방까지 비지상파에서 예능 흥행 궤도를 만들었다. 그러면 공중파에서는 유사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만든다. JTBC의 노래예능 ‘히든싱어’가 흥하자 MBC는 ‘복면가왕’을 내놓았고 tvN ‘꽃보다 할배’가 잘되자 KBS 2TV는 ‘마마도’를 만들었다. MBC와 KBS도 뒤질세라 분주하게 트렌드를 접수하는 편이지만 유독 공중파에서 SBS가 끝물에 편승하고 있다.
사실 SBS의 이른바 뒷북 편성은 스타오디션프로그램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9년 Mnet ‘슈퍼스타K’가 첫 문을 열었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이 시작되자 MBC는 2010년 ‘위대한 탄생’을 기획, 뒤이어 2011년 SBS가 ‘K팝스타’를 꺼내들었다. 이 당시 이미 ‘슈퍼스타K3’가 방송되는 시기였다.
이어 육아예능 자리에도 SBS는 뒤늦게 합류했다. 사실 스타와 자녀가 함께한 예능 붐의 시초는 MBC ‘아빠 어디가’다. 이어 KBS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해 큰 흥행몰이를 했다.
당시 육아 예능이 호응을 얻자 SBS는 ‘오 마이 베이비’를 만들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여러 스타와 자녀들이 등장하는 점이 같다. 차이점이라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 육아를, ‘오 마이 베이비’는 부모가 함께 하는 육아에 중점을 뒀다는 정도. 그렇다고 해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주요 콘셉트가 겹친다는 점에서 당연히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SBS는 쿡방과 먹방에서마저 뒤늦게 합류했다. 2년 전부터 올리브TV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와 JTBC ‘냉장고를 부탁해’로 쿡방과 먹방의 신드롬이 일어났다. SBS는 지난해 8월 ‘백종원의 3대천왕’을 론칭했다. ‘백종원의 3대천왕’ 측은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이라며 "아는 만큼 맛있다"고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강조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백종원을 내세운 맛집 탐방과 먹방 퍼레이드의 연속이다. 게다가 맛집 영상을 보며 배고파하는 방청객의 표정과 자막으로 '맛있다'는 느낌을 강조하는 구식 편집 방식은 시청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게다가 성적도 좋지 않다. 현재 MBC '무한도전'과 함께 방영 중인 '백종원의 3대천왕'은 KBS 2TV '불후의 명곡'과 MBC '무한도전'에 시청률 면에서 크게 밀려 동시간대 꼴찌다.
노래 예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재 유일하게 공중파 3사 중 노래 예능이 없는 SBS는 설 연휴 틈새를 엿보고 ‘판타스틱 듀오’와 ‘신의 목소리’를 편성했다. 당시 설연휴였기 때문에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에 SBS는 정규 편성에 힘을 실었고 ‘신의 목소리’는 수요 심야 예능에 자리하게 됐다. 특히 ‘판타스틱 듀오’는 일요일 저녁 예능에 전격 편성돼 MBC '복면가왕'과 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달 ‘신의 목소리’가 방송됐지만 첫 성적표는 처참했다. 시청률만 따져도 ‘라디오스타’(9.2%)와 거의 두 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고 지난 2회는 첫회보다 0.4%P 떨어진 4.2%를 기록했다.
사실 공중파 중에서는 MBC가 '무한도전'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 등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어 KBS가 받아 '1박2일' '불후의 명곡'과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만들며 그 흐름을 이어갔다.

'1박2일'이 처음 방송 할 때만해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인 '무한도전'을 베낀 것이라고 말이 많았지만 '1박2일'은 여행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구축했다.
또 '나는 가수다'가 베테랑 가수들의 서바이벌을 다루며 인기를 끌자 KBS는 바로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편성했다. 당시 '나는 가수다'의 아류작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현재는 '나는 가수다'가 폐지되고 '불후의 명곡'이 노래예능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간대 시청률 역시 상위권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 어디가'의 흐름을 이어가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스타 육아 예능의 장르를 개척하며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달리고 있다.
어쩔수 없는 방송 생태계 때문에 비슷한 종류의 프로그램이 생기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트렌드를 읽어간다는 점에서는 문제를 삼을 여지가 없지만 뒤늦게 편승해 시청자의 마음도 제대로 사로잡지 못하는 SBS는 후발주자로서 더 강한 한 방이 필요하다. 현재 '신의 목소리'가 '라디오스타'에 크게 밀리며 연착륙에 문제를 보인 가운데 새롭게 선보일 노래 예능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가 '복면가왕'과 대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