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만기 별로 양분화돼 있던 투자주체들이 너나 할 거 없이 장기물 시장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외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듀레이션은 3.3년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강세로 재미를 본 외인이 투자 성향을 바꾸고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지난 2일 통안채 1조원의 만기가 도래하자 외인 잔액도 1조원 가량이 함께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이탈한 1조원의 주인을 템플턴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약 2주전(3월 21일) 5년만기 국고채인 15-9호를 템플턴이 대량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장은 템플턴이 서울 채권시장을 이탈한 것이 아니라, '장기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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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인, 이사하는 이유는 '환차익'
지금까지 단기물 시장은 자산운용사가, 장기물 시장은 주로 국고 펀드나 해외 중앙은행이 점령해 왔다. 자산을 운용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환차익이나 매매차익을 노리는 자산운용사의 특성 상 템플턴과 같은 펀드자금들은 초단기물 시장에서 바삐 움직였고, 반대로 긴 시계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국고 펀드나 해외 중앙은행은 5년이상 장기물 시장에서 매매하는 게 그간의 흐름이었다.
이러한 관행을 거스르고 단기성 자금들이 이사하는 이유는 '외환' 때문이다. 외자유출 우려가 한창 불거졌던 지난 2월 달러/원 환율은 25일 종가기준 1234.8원으로 5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원화는 이내 강세를 타기 시작했다. 템플턴이 롤오버를 고민했을 3월 31일, 달러/원은 종가기준 1143.5원으로 95.3원 떨어진(원화 강세)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단기간에 달러/원이 충분히 하락해 이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적게 보고 장기채로 옮겨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환차익을 본 외국인이 이제는 안정성을 보고 운용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원화가 워낙 강세를 보여 신규 포지션 진입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아져 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단기물 포지션을 확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 있다"며 "한은의 채권 매입 공약과 관련해 국내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되면서 장기물을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외인 듀레이션 늘리면 시장은 안정성 강화
전문가들은 외인의 듀레이션 확대가 우리나라 국채 시장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전에는 미국이나 룩셈부르크, 템플턴 등에 많이 휘둘렸다면 최근에 이러한 흐름은 원화채 안정성을 개선시킬 것"이라며 "장기물 시장에 외인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타 신흥국 채권에 비해 유동성이 뛰어나고 신용등급도 AA로 우수하며, 금리수준도 5년만기의 경우 1.549%, 10년만기는 1.789%로 훌륭해 캐리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기본적으로 원화채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도 외국 중앙은행과 대형 외국계 은행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5년만기 국고채를 5천억원 가량 매수했다"고 전했다. 그는 "2월까지 빠지던 외국인이 3월과 4월 들어 복귀하는 추세"라며 "당분간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