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친노' 청산으로 민심잡고·대권체제 구축 노리나
[뉴스핌=정재윤 기자] 20대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친노’의 색채는 빼면서 ‘친문(친문재인)’은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민주는 지난 14일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 ‘친노 청산’의 뜻을 분명히 했다. 원로 친노그룹인 문희상·유인태 의원도 공천에서 탈락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해찬 의원의 공천 탈락에 대해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고심한 끝에 내린 정치적 결단으로 이해해달라"며 “비대위의 결정이 총선 승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 총리도 충분히 이해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공천 배제가 결정된 비대위 회의에서는 당이 공천 탈락을 발표하기보다는 이 의원이 용퇴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에도 김 대표가 탈락 발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친노'·'범친노' 빠졌지만 '친문'은 건재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도 공천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강기정 의원은 지난달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돼 컷오프됐으며, 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전병헌·오영식의원은 각각 보좌관 비리와 지역 경쟁력 부족을 이유로 탈락했다. 이미경 의원은 의정활동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됐다.
‘친노 좌장’을 비롯해 범친노 계열 인사들까지 줄줄이 낙천했지만 '친문계'로 분류되는 핵심 의원들은 공천 티켓을 거머쥐었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지냈던 전해철 의원과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의원은 단수 후보가 됐다. 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현미 의원도 단수추천을 받았다.
'비노 세작'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김경협 의원과 비서관이 월급을 상납했다는 의혹이 있던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공천에서 배제되지 않고 경선을 치러 공천이 확정됐다. 김 의원은 문 전 대표 체제에서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냈으며 이 의원은 대선 경선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 '친노' 청산으로 민심잡고, 대권체제도 구축?
더민주 공천과 운영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김종인 대표가 친노 청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당이 개혁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친노·운동권 패권주의' 청산을 강조해 왔다.
'친노'가 중도 성향의 지지자 층에도, 야당의 지지층인 호남 지역에서도 성공적인 '셀링포인트'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친문’역시 '범친노'로 분류되며 친노와 친문 사이의 경계가 모호했으나 친노 원로 그룹이 낙천되면서 친문이 친노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주류 세력인 친노가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친문'이 당의 주류로 재편돼 문 전 대표의 대선 후보 체제가 공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야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 측 인사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원순 키드' 중 공천을 확정받은 인사는 현재 서울 성북을에서 단수공천을 받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뿐이다.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오준 전 서울시 정무수석, 민병덕 변호사, 강희용 전 더민주 부대변인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천준호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서울 도봉을에 출마했으나 당이 영입인사인 오기형 변호사를 전략공천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다만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당 내 전략공천 카드로 거론되고 있으며 권미혁 당 뉴파티위원장이 비례대표 후보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뉴스핌 Newspim] 정재윤 기자 (jyju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