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공개된 정보가 없잖아요. 관련 자료를 다 뒤져봤는데 지분구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네요. 거기다 롯데와의 관계도 있고 해서…"
롯데그룹 '왕자의 난' 이후 막장 드라마와 같은 뉴스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종목 분석가들이 집결된 여의도에서 만큼은 롯데그룹 이야기가 실종됐다. 애널리스트들이 좀처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분석이나 향후 주가 향방 등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번 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리포트는 지난 3일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롯데그룹 왕자의 난 일지' 하나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지난 달까지 범위를 확대해도 롯데그룹 관련 리포트는 '현대판 왕자의 난, 롯데'와 '지주회사-롯데그룹: 결말을 모르는 주말드라마 연출중' 두 건이 다다. 두 리포트는 각각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과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이 작성했다.
하지만 이들 보고서는 현 상황에 대한 정리 수준이지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이나 이번 사태가 관련 종목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내용은 없다.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된 개별 종목 리포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이번 지분경쟁을 촉발한 롯데쇼핑 관련 자료에는 최근 롯데가 해외서 대규모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앞서 이를 경고하는 내용은 없었다. 애널리스트가 재무제표만 제대로 봤어도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인 부분을 놓쳤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관련 종목에 대한 목표주가를 낮추는 곳은 일부 있었지만 투자의견은 '매수(Buy)' 일색이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달 7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롯데쇼핑 관련 보고서를 내놨다. NH투자증권은 앞서 발표된 보고서에서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 부진을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지나간 악재를 딛고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쇼핑 관련 가장 최근 리포트인 지난 22일 리포트에는 중국 할인점 폐점을 다뤘음에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비즈니스 부진에 대한 의미를 극도로 축소시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발표된 5월에는 롯데쇼핑 해외 영업의 적자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한 곳도 있다.
실제 롯데쇼핑 주가는 실적 부진과 경영권 다툼으로 최근 며칠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경영권 싸움이 촉발되기 직전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된 지난 15일 롯데쇼핑 종가는 23만6000원. 이후 주가는 두 형제의 지분 다툼이 예상되며 25만8000원까지 상승했으나 지난 6일에는 22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52주 신저가 22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빌빌 기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제대로된' 정보가 부족하고 주가는 예상할 수 없는 흐름을 이어가다보니 투자자들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어느 개인투자자는 "롯데그룹에 대한 정보가 언론이고 증권사고 말하는 곳 마다 전부 다르다"며 "믿을 수 있는 곳이 없어 직접 대기업집단 신고서를 분석해 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온 나라가 두 재벌 2세의 싸움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작은 정보 하나에도 민감한 여의도가 롯데그룹에 관심이 없어서는 아닐 터.
이처럼 관련 보고서가 없는 것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보가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부족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임원은 "롯데그룹의 지분구조에 대해 밝혀진 내용이 없어 리서치센터에서 리포트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금융감독원 등에서 조사에 나섰으니 확인이 되면 향후 기업 보고서를 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또 다른 고충이다. 증권사 다른 임원은 "우리가 롯데그룹의 지분관계를 파악하려고 자료를 다 뒤져봤지만 광윤사 지분구조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 회사 측과의 관계도 있고 해 앞으로도 이번 이슈와 관련된 리포트는 내지 않을 방침"이라고 답했다.
지주회사 섹터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도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부정적 리포트를 쉽사리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롯데에 대한 국민 정서까지 악화돼 애널리스트로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업과의 관계에 대해선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아무런 경고 시그널도 없이 대규모 부실을 낸 뒤에야, 주가가 한껏 떨어진 뒤에야 부랴부랴 목표주가를 낮추고 투자의견을 내려 '뒷북'이란 비난을 받았던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들. 이를 재현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유통과 지주회사 담당 애널리스트은 무엇을 해야할까. 기업과 시장 분석가로서의 롤(role)을 곱씹어 볼 때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