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는 지난달 일제히 최악의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노사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채로 휴가 시즌에 돌입했다. 조선업계가 휴가전 타결하지 못한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27일 가장 먼저 휴가에 돌입한 대우조선해양은 휴가 전 17차 교섭까지 진행했다. 사측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해 달라며 임금 1.1%(2만3070원)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측은 12만5000원을 요구해 차이가 크다.
교섭 결렬 직후인 지난달 29일 대우조선해양은 3조318억원의 2분기 영업적자를 발표했고 휴가가 시작됐다. 휴가 이후 교섭이 재개돼도 타결 여부는 불투명하며 오히려 구조조정 본격화로 노사 갈등이 깊어질 우려가 높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의 경영진단 결과가 8월 말경 나올 전망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이미 임원감축과 비핵심 사업 정리를 공언한 바 있다.
2분기 1조5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발표한 삼성중공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일부터 1주일간의 휴가에 돌입했는데 휴가 전 12차까지 진행된 교섭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하는 제시안을 내놨으나 노조측은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결렬 직후인 지난달 3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76.43%의 찬성률로 가결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또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임원수를 감축하고, 유사기능 통폐합 등을 통해 중복기능을 제거한다는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해 휴가 후 노사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휴가 직후인 8월 둘째주부터 곧바로 임원 인사 등이 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돌고 있는데 사측은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다”는 공식 입장이다.
지난 3일부터 2주간의 휴가일정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해와 같은 초장기 노사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 내부적으로 휴가 기간 전에 임협을 타결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됐으나 휴가 전인 지난 31일 열린 25차 협상까지 진전된 게 없다.
노조측은 기본급 12만7천560원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경영사정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이미 가결한 상태다.
사측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노조측의 불신도 여전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전체 직원의 5.3%에 해당하는 1500여명의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3월에는 장기근속 여직원 58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 모두 사측이 적자로 인한 위기상황 극복을 적극 주장하고 노조는 이에 맞서 연대를 결성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사간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