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박민선 기자] "무신불립(無信不立), 제궤의혈(堤潰蟻穴), 줄탁동시(啐啄同時)"
8일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자본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자율결의 대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중에 나온 고사성어다. 업계가 자정노력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80여명의 CEO들을 포함해 50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인 모인 이날 행사의 화두는 '신뢰'였다.

◆ 무신불립.. "증권사 영업관행 바꿔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투자자 신뢰회복이 업계의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표현을 빌어 '신뢰'를 강조했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은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서 나온 말이다.
황 회장은 "오래전에 자산운용사 대표를 하면서 펀드매니저들이 고객의 이익에 대한 인식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증권사 대표를 하면서는 영업직원들이 약정 실적에 시달리면서 본인은 물론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면서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눈물로 밥을 지어먹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증권사들의 성과평가 구조에 대한 불합리성을 거론했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증권사들이 단기실적 중심에서 장기 고객관리 중심으로 영업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업계가 고객 신뢰 구축을 위한 업계 자체적 감시 및 부적합한 영업행위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반칙행위' 엄단은 규제완화 지속의 필요조건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용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금융투자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직원을 평가할 때 '고객의 최대이익'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증권사들이 고객군(群)별 적합성(suitability) 대신에 개별 고객의 최대이익(best interest)을 기준으로 영업하도록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KPI)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양적 성과를 KPI로 설정함으로써 발생되는 '고객 밀어붙이식' 영업관행을 과감히 중단시켜야 한다"면서 "영업사원의 KPI를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당국이 시킨 것 아냐..자발적 모임"
황 회장은 이날 행사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행사가 갑자기 개최된 이유가 궁금할 것 같다"면서 "예전같으면 당국이 시켜서 하는 경우가 많았겠지만 이번 행사는 협회와 업계 대표들이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증권사 사장들 역시 이같은 취지에 공감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은 "금융당국이 개혁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 역시 우리 자리에서 역할을 해야 할 책임이 있으니 충실히 임하겠다는 화답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라며 "그동안 마련된 자리들은 요구에 의해 마련된 것들이었지만 이번 모임은 자정 노력을 하겠다는 자발적 모임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변재상 사장도 "최근 금융시장이 좋아지고 당국도 이에 맞춰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도 건강해지고 고객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던 것"이라며 "사업장마다의 상황과 특성이 달라 하나의 모델을 도출해내는 것은 힘들겠지만 각 사내에서 고객들의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더 집중하고 사명감을 갖자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투자자 신뢰 회복 측면에서 최근 업계 분위기를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위안이 되는것은 최근 들어 많은 회사들이 그(자정 노력)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금융투자회사) 대표들이 고객 이익을 영업목표의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같이 노력하자".."규제 일관성 유지해야"
금융당국을 대표해 자리한 이동엽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금융시장 개혁을 이루는 데 금융투자업계와 당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원장은 이날 격려사에서 "금융투자인 스스로가 규제개혁 노력이 발맞춰 건전한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 이뤄나갈 것임을 천명한다는 점에서 오늘 행사는 의미가 크다"며 "자본시장이 오늘을 계기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당국만의 노력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시기에 금융투자업계와 당국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실질적인 효과가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건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그 결과 작년 불공정거래는 전년대비 30% 줄어드는 등 건전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또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활성화 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중요하다"면서 "거래소는 엄정한 시장감시, 시장 친화적인 자율규제 등을 통해 신뢰받는 시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비자에 나오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하며 내부통제 강화 등 업계 차원의 자기혁신과 자정노력을 요구했다. '제궈의혈'은 '개미 한 마리가 파놓은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는 뜻이다.
황 회장은 "당국은 당국대로 금융개혁 의지를 다지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 투자자 보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함으로써 당국과 업계가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마음으로 큰 걸음을 내딛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업계의 발전을 위해 당국과 발맞춰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보다 실질적인 차원에서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있었다.
토러스투자증권 손복조 사장은 "규제 완화가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차원을 벗어나 금융투자업계의 먹거리와 관련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에서의 완화방안을 더 마련해주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신인석 자본연 원장은 규제정책의 일관성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험 자산에 대한 실질적 투자자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단순히 고위험성 금융투자상품의 억제 또는 금지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합리적인 적격투자자 개념의 정립으로 보호대상 투자자 범위를 신뢰성 있게 확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박민선 기자 (ssup8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