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최근 언급한 STX조선과의 ‘후판 공동구매’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와의 마찰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담합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조선업체들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선박에 사용될 후판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각 조선업체들은 철강업체들과 분기 또는 반기별로 별도 협상을 통해 기준가격을 설정한다. 엑스트라 차지(추가비용)는 철강업체가 매긴다. 선종에 따라 특수하게 사용되는 후판의 경우는 제작에 들어가기 전 따로 발주를 내고 개별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앞서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달 25일 언론 간담회를 통해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STX조선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을 언급, 이같은 계약 관행에 변화를 예고했다.
정 사장은 "STX는 선가를 빅3보다 5% 낮게 받으면서 생산성은 떨어지는 원가구조"라며 "구매분야에서 공동구매 하면 회사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양사 모두에 이롭게 된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은 제조원가 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에 달하고 원재료 중에서도 후판의 비중은 제조원가 대비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조선업체별로 후판 가격이 매출액의 9~17.7%를 차지한다. 정 사장은 STX조선과의 공동구매를 통해 물량을 바탕으로 협상력을 키움으로써 후판 구매원가를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공동 구매 성사 여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 전례가 없을뿐만 아니라 최근 잇달아 가격을 내려온 철강업체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현재 철강업계의 후판 공장도 가격은 t당 110만원이지만 실제 조선업계와의 거래 가격은 이보다 약 40% 낮은 t당 65만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공동구매는 역사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다”며 “후판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는 현 시점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얼마나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발주 감소로 조선업계의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 사장 구상대로 구매력을 높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328만CGT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99만CGT의 49.2%에 불과하다. 6월 한달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09만CGT로 지난해 6월 347만CGT 대비 39.8%, 지난달 264만CGT 대비 20.8% 급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동구매에 나선다 해도 대우조선과 STX조선 물량 합계에 변함이 없다면 바잉 파워가 높아지지 않는다”며 “파워를 높이려면 특정 철강업체에 물량을 몰아주겠다는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 구매 안정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이 STX조선과 공동구매에 나서면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거래법은 영업의 주요부문을 공동으로 수행·관리하는 행위, 상품·용역의 거래조건을 정하는 행위 등을 담합으로 재재하고 있다.
연구·기술개발, 불황 극복, 산업구조 조정, 거래조건의 합리화, 중소기업의 경쟁력향상 등에 필요한 경우 업체가 공정위에 ‘담합 인가’를 신청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공정위가 승인해준 전례는 없다.
공정위는 공동구매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담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익보다 효율성이 더 큰지 여부에 대해 사건별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일반론적으로 공동구매는 형태 자체로서 담합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담합 인가 요청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우며 역으로 담합 신고가 접수될 경우엔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별 정확한 후판 구매 가격은 대외비 정보로 관리되고 있는 데 아무리 대주주가 같은 회사라지만 정 사장 발언은 가격정보를 다른 업체와 공유하겠다는 의미여서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측은 “공동구매와 관련해 아직 실무적으로 진행 중인 게 없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