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사내 유보금이 급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리스크(위험)가 높은 자체사업 및 민자사업을 크게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체사업은 시행과 시공을 함께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땅 매입 등으로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건설사의 자체사업이 거의 사라져 사실상 투자금이 필요가 없어졌다.
먼저 건설비용을 부담하고 나중에 수익을 회수하는 민자사업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가 폐지된 후 매력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저가 수주한 해외건설 사업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유보금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21일 건설업계 및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사내유보금은 1년새 10% 넘게 증가했다. 사내유보금은 사용을 유보한 채 적립한 돈을 말한다.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기 보단 사내에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도 급증하고 있다.

유보율도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지난해 유보율은 1572%. 전년 1301%에서 20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유보율은 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1012억원으로 전년(1조4686억원) 대비 46.0% 증가했다. 이 또한 창사이래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사내유보금이 4조8866억원으로 전년(4조3265억원) 대비 12.9% 늘었다. 지난 2010년(3조2705억원)부터 매년 10% 가량 증가하고 있다. 유보율은 876%으로 업계 2위 수준이다.
현금성 자산은 삼성물산보다 많다. 지난해 말 기준 2조5423억원으로 전년(1조8835억원) 대비 34.9% 늘었다.
이밖에 대림산업은 4조96억원, GS건설 2조9917억원, 현대산업개발 1조8875억원, 대우건설 6533억원 등의 사내유보금을 확보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공사와 관련된 수주 잔고가 1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리스크(위험)가 높은 자체사업의 추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다른 제조업처럼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 비중이 높지 않아 사내유보금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건설사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건설경기가 비교적 호전됐지만 건설사들의 국내외 시장에 대한 향후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우선 국내사업에선 건설사가 스스로 택지를 사들인 후 주택을 짓는 자체사업이 대폭 줄었다. 실제 삼성물산은 최근 2년간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한 자체사업이 단 한건도 없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 경쟁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게다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민자사업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가 폐지돼 건설사 입장에선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저가로 수주한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이유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리스크가 높은 자체사업 및 민자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보니 기업의 잉여금이 내부에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해외사업장에서 공사기간 지연, 설계변경 등으로 수천억원 적자를 볼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유보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사들이 외형성장보단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어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