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매년 20.6% 상승…"수익률보다 꾸준함"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수익을 낸 종목은 IT기업도, 바이오테크주도,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기업도 아니다. 오히려 이들 첨단산업과는 거리가 먼 담배회사 '알트리아(종목코드: MO)'다.
월가 개인 투자자 정보지 모틀리 풀(Motley Fool)은 최근 알트리아가 지난 한 세기 동안 매년 20.6%의 폭발적 성장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1968년 알트리아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지금은 배당금을 포함해 6638달러를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이 정도 고수익을 이렇게 오랜 기간 낸 종목은 일찍이 없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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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P캐피탈IQ (모틀리 풀 재인용)] |
1900~2010년까지 미국 주식들의 수익률을 분석한 크레디트스위스 보고서에서도 담배주는 가히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했다. 1900년에 담배주에 1달러를 묻어 놓았다면 2010년에는 630만달러로 뛰어올라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는 미국 전체 산업 평균의 165배에 이른다.
1900년대 이후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혁신적인 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담배주 수익률을 따라잡을 만한 종목은 없었다.
담배주는 왜 수익률이 높은 걸까. 담배가 중독성이 강해서라는 설명은 부족하다. 미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흡연률이 하락하면서 담배 산업도 위축됐다. 미국인들의 담배 소비량은 지난 1981년에 총 6400억개비로 정점을 찍은 후 2007년 3600억개비로 44% 감소했다.
모틀리 풀은 담배주의 상승 원인을 담배회사들의 해외 수익원 다변화에서 찾았다. 담배회사들이 흡연률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해외 시장을 개척한 덕분에 전체 수익에 큰 타격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알트리아는 지난 2008년에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종목코드: PM)을 분사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세계 곳곳의 담배회사들을 합병해 몸집을 키우면서 해외 담배시장에 주력해 나갔다. 이후 알트리아 주가는 289% 상승하는 눈부신 성적을 냈다.
전 세계적인 담뱃값 상승도 담배주 수익률 향상에 기여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1950년 이후 담배 가격은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의 5배에 이르는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담뱃값이 오른 것은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상쇄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점에서 충분한 설명력을 갖지는 못한다.
모틀리 풀은 "투자자들의 담배주 기피 현상이 역설적으로 담배주 수익률을 더 많이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담배주는 일부 연금펀드의 투자가 금지된 데다, 각종 법률이나 규제에 노출돼 있어 투자자들이 꺼리는 분야다.
이는 담배주가 저평가 되면서 높은 배당률을 유지하게끔 만들었다. 투자자들이 멀리하는 종목일 수록 미래 기대수익률은 높아진다는 투자 원칙이 담배주에서 실현된 것이다.
모틀리 풀은 "담배주처럼 혁신이 필요치 않은 기업일 수록 오래 살아남기는 더 쉽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애플·구글처럼 첨단산업의 정점에 있는 기업들은 혁신을 지속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도태된다.
반면 담배는 경기변동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소비자들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데 유리하다.
즉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수익률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수익률이 보통 수준일지라도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복리 효과가 더해져 월등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
담배주 같은 죄악주가 아니더라도, 수프회사나 치약회사처럼 50년 전이나 50년 후나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장기 투자해 보는 것은 어떨까.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