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 A가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손잡이에 달린 센서는 혈압과 체온 상태를 체크한다. A가 볼 일을 본 변기는 A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서 주치의의 단말기에 전달된다. 체크 결과는 곧바로 주치의의 단말기에 전달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주치의는 A에게 원격검진을 받아볼 것을 제안한다.
# B의 집 부엌의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는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피자를 조리하는 스마트 전자레인지는 냉장고에 요리 재료가 충분한지를 물어본 후 냉동된 요리 재료를 녹여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돼지고기에 컴퓨터 칩이 심어지고 이 칩이 스스로 전자레인지의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최적의 상태로 요리를 한다.
위의 글은 무엇을 묘사한 것일까.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일까?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유행하던 유비쿼터스(Ubiquitous) 를 소개하는 흔한 글 중의 하나다.
최근 사물인터넷이 우리 미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것이란 전망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래 IT 업계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물인터넷이 우리 미래를 바꿔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호언장담에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과거 유비쿼터스의 실패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선, '그냥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다'는 기술주도형 접근 대신 수요자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0일 IT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는 사물인터넷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폰에 밀려 조연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웨어러블과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과 통신기술이 폭넓게 선보여질 예정이다.
글로벌 IT 업체들이 단순히 획기적인 하나의 기기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서서 사물간의 데이터 통신을 통해 보다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이번 전시회에서 시현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을 향한 기대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도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한 대신 스마트홈 관련 벤처기업인 네스트랩을 32억달러에 인수했다. 네스트랩은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다. 스마트폰으로 집 안 온도를 실시간 제어하는 ‘스마트 온도조절장치’가 대표 제품이다.
퀄컴도 무선 칩셋 제조사 '윌로시티'를 시작으로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을 보유한영국 반도체 기업 'CSR' 인수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네트워크에 수많은 장치를 연결해야 하는 사물인터넷과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등 급성장 중인 시장공략을 위해 통신기술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력 월간지 패스트 컴퍼니에 의해 '글로벌 기업들 중 사물인터넷에 있어 가장 혁신적인 기업' 2위로 평가될 정도다. 지난해 ‘스마트싱스’를 2억달러에 인수해 스마트홈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얼리센스’에도 2000만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막대한 자금을 사물인터넷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물인터넷이 지나치게 기술 중심적이고 공급자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유사한 개념의 유비쿼터스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비쿼터스 역시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으로, 국내에서도 유비쿼터스 시티 건설 등이 추진됐으나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기업보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수익모델 창출에 미흡했고 접근 방식도 하드웨어 중심이었다.
사물인터넷이 유비쿼터스의 개념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까지 가미했지만 보다 사용자 중심의 접근이 강조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장재현 연구위원은 "각종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무엇인가 소비자에게 가치있을 법한 상품이 탄생한다는 생각에 함몰되어 진정으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고객 가치로 착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준홍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역시 사물인터넷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유비쿼터스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시장활성화를 위한 제약조건이 먼저 해결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놀랍고 신기한 서비스를 시현하는 것을 넘어서서 어떤 부분에서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도 두고두고 업계가 고민할 대목이다.
무인주행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은 보는 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지만 그것이 곧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선 장재현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더 크다면 당연히 성공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물인터넷을 장밋빛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며 "특히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