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대한항공이 노조를 앞세워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운항정지 처분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30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노조는 탄원서에서 “지난 6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추락사고의 원인이 조종사 과실, 훈련 부족, 조종실 내 의사소통 문제 등이라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뚜렷한 이유 없이 행정처분이 장기 지연되는 것이 올바른지, 혹시라도 부당한 로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 과징금 처분을 주장하는데,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힌 중대한 항공기 사고가 조종사 과실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 납부만으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며 “사고가 나도 돈으로 메울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과거 대한항공은 사고로 인해 성장 자체를 봉쇄당하는 커다른 아픔을 겪었고, 더 이상의 사고는 없다는 절박한 각오로 노력해 2000년대 이후 단 한 건의 항공기 사고도 없는 안전개혁을 이루어 왔다”며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정하고 일관성 있는 행정처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주장하고 있는 운항정지 처분 시 승객 불편 문제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한-미 노선 가운데 운항항공사 숫자가 가장 많은 노선(4개 항공사 주간 28회 운항)이며, 대부분의 승객이 중국 및 동남아 등지에서 인천을 경유하는 제 3국인들이다”며 “제 3국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엄정한 행정처분을 피하려 한다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정처분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노조의 탄원서는 앞서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국토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청원서를 낸 데 자극 받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 노조는 국토부가 다음달 아시아나에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 대해 최대 90일까지 운항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처분 수위를 낮춰달라는 청원서를 지난 25일 국토부에 제출했다.
청원서 작성에는 조종사노조, 전국운수산업노조 아시아나지부, 열린조종사노조, 객실승무원 노조 등 아시아나 4개 노조가 참여했다.
아시아나 노조는 "운항중단 처분이 내려지면 수요 대부분을 외국항공사가 흡수해 고객불편과 함께 막대한 국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운항정지가 아닌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아시아나 승무원의 헌신적인 구조노력으로 희생이 최소화된 점,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항공기 제작사의 공동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부분, 항공사고를 낸 자국항공사에 운항정지 처분을 내린 경우가 없는 외국 사례 등을 함께 제시했다.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4개 항공사가 취항 중이다. 월평균 탑승객은 아시아나 1만5000명, 대한항공 1만3000명, 유나이티드항공이 1만9000명 수준이다.
아시아나는 이 노선에서 3개월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자사에 3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월 8000석 정도 좌석이 부족해져 승객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탄원서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사이익에 급급해 상도의를 저버린 행위로 비판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항공자유화 협정이 맺어져 있어 항공사가 원하면 얼마든지 증편이 가능하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이 운항정지 제재를 받게 되면 대한항공이 증편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 사고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대한항공 노조가 경쟁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낸 것은 도의를 저버린 행위로, 업계 1위 항공사로서 할 행태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공식 대응은 자제하면서 “노조가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행위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