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개인 신용등급이 이상하다. 경기부진이 지속하고 소득 양극화도 심한데 신용등급은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지금까지는 신용등급도 가계소득처럼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최상위급인 1~2등급과 최하위급인 9~10등급이 모두 증가하는 구조로, 저신용자의 삶은 더욱 어렵고 고신용자는 더 좋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사의 평가등급 추이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금융권에서는 신용관리 중시 풍토 확산, 정부의 신용등급 인위적 개선, 하우스 푸어 감소, 저신용자의 대출 포기에 따라 부채가 감소하는 이상한 현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 2년 전에 비해 5등급 이하는 감소하는데 4등급 이상은 증가
1일 개인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신용등급별 인원 구성을 보면 2012년 이래 신용등급의 방향은 ‘상승’ 쪽을 향했다.
등급별 인원수를 공개한 2012년 8월과 2014년 7월 기준을 비교할 때 1~2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23.4%에서 25.7%로 2.3%p 증가했다. 9~10등급은 2.9%에서 2.6%로 3%p 감소했다. 저 신용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인원수를 비교해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같은 기간 1~2등급은 130만명 늘었고 9~10등급은 7만명 감소했다. 이 기간에 신용등급 대상자가 4071만명에서 4201만명으로 늘어났음에도 저신용자수는 감소했다.
우량 수준인 3~4등급의 비중도 증가했다. 31.7%에서 33.2%로 1.5%p 늘었고 등급 인원수도 21만명 증가했다.
반면 5~8등급 비중은 42.2%에서 38.6%로 3.6%p 감소했다. 9~10등급 비중도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4등급 이상으로 올라간 셈이다.
전체적인 등급 그림을 보면 1~4등급의 비중은 확대, 5등급 이하는 축소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KCB 관계자는 “신용등급 결과를 보면 소득 양극화와 함께 신용 양극화로 우량, 불량 신용자가 같이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전체적으로 신용등급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신용자 혜택, 미소금융 상환해도 가산점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은 신용평가사 입장에서 볼 때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우선 금융소비자들의 개인신용을 매우 중시하는 풍토가 작용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카드연체, 현금서비스 사용 자제 등 기본적인 신용등급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또 신용평가사가 운영하는 신용정보관리 서비스인 올 크레딧이나 마이크레딧 이용이 늘었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가 10만원 이하 소액연체정보는 신용평가 시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고 저 신용자의 신용점수가 오르도록 만든 인위적인 대책들의 힘이 컸다. 최저신용자가 이용하는 미소금융을 제대로 상환해도 신용점수를 줬고 다중대출자가 1건이라도 1년 이상 상환하면 가점을 받도록 했다. 당국은 1만9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경기상황과 다른 신용등급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KCB관계자는 “금융위기나 IMF외환위기 정도가 아니면 개인 신용등급이 경기변동을 크게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 은행권 “대출로 연체부담 낮추고, 추가 대출 늘려”
금융 현장에서는 상당기간 지속한 저금리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지속해서 낮아지고 기간도 길어지자, 하우스 푸어와 같은 악성 채무자의 대출 상환부담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이자 부담은 줄어드는데 대출은 확대되니 연체 위험은 감소하게 된다. 이 같은 효과는 우량 신용자에게도 영향을 줘, 저금리를 틈타 대출을 늘리는 투자로 신용등급이 향상됐다. 신용등급 점수는 대출을 일으켜 상환을 제대로 해야만 오르는 구조다.
우리은행 여신지원부 관계자는 “그동안 악성 채무자들의 대출 상환이 늘었다”면서 “저금리와 부동산규제 완화로 대출이 늘어나 연체 부담이 줄어 신용등급에도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8월 신규대출을 보면 기존 대출을 갈아타거나 생활비로 활용하기 위해 추가 LTV, DTI가 늘어난 만큼 대출을 받아간다”면서 “신규대출이 늘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