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환류세제, 실효성 논란...가만있어도 세수 0 된다
[뉴스핌=김민정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계소득을 높여 경제를 살리겠다며 의욕적으로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정책의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업소득환류세제다. 사내유보금 과세로 알려진 이 제도는 기업이 당기 소득의 일정부분 이상을 배당, 임금증가, 투자로 사용하지 않으면 당기 소득의 일부에 10%의 세금을 과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세제를 발표하면서 “이 세제의 목표는 세수가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세수가 정책의 목적이 아님을 강조해 왔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세금산식을 보면 정부의 이 같은 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 투자를 포함한 A방식은 [당기소득X기준율α(예:60~80%)-(투자+임금증가+배당액)]X세율(10%)이고 투자를 제외한 B방식은 [당기소득X기준율β(예:20~40%)-(임금증가+배당액)]X세율(10%)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이 세제를 통한 세수가 ‘0’이 되려면 투자를 하는 기업의 경우 A방식을 택해 당기소득의 60~80% 만큼을 투자, 임금증가, 배당으로 쓰면 된다. 서비스업이나 투자를 미루고자 하는 기업은 B방식을 선택해 당기소득의 20~40% 정도를 임금증가와 배당액으로 사용하면 된다.
기준율 60~80%, 20~40%라는 숫자도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정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창용 기재부 조세정책관은 “기업이 전 산업 평균의 절반 정도도 투자나 임금증가나 배당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조금 (문제가 된다)”며 “그 정도는 기업들이 조금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렇게 (세제를) 디자인 한 당초 의도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기업의 투자나 임금증가, 배당을 하라고 강요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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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 열린 '제4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박용만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
문제는 기업들이 굳이 투자·임금증가·배당을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실제 과세대상이 되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세수가 ‘0’이 되는 목표가 너무 쉽게 달성될 수 있는 역설이다.
경제개혁연대는 6일자 논평을 통해 “투자 포함 과세방식과 투자 불포함 과세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기준율도 재계의 반발을 고려하면 당연히 낮은 기준율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해연도 기준미달액 및 기준초과액을 다음연도에 소급공제 및 이월공제할 수 있도록 해 실제 과세대상은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기아차, 현대모비스, 네이버, 포스코, LG화학, SK텔레콤, 현대제철 등 지난해 비금융업 상장회사 중 계속사업 당기순이익 상위 10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회사들은 과세대상이익이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투자 포함 과세방식에서 기준율(α)을 가장 높은 80%로 정할 경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네이버는 과세대상이익이 존재하나 가장 낮은 60%로 정할 경우 현대모비스와 네이버만이 과세대상이 된다”며 “이렇듯 당기순이익 규모가 큰 회사들도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적용가능성이 낮은데 이익이 작은 회사들은 과세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으로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 제도에 대해 “꼴찌에서 20등 정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더 (투자, 임금증가, 배당) 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배당소득증대세제는 재벌 대주주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배당 기업의 소액주주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14%에서 9%로 떨어지는 것과 함께 대주주 등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의 세액공제를 뺀 소득세율은 현행 31%에서 25%로 깎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억여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100억여원의 세금을 깎아 주는 재벌 감세 2탄”이라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