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장하다
쾌하다
기쁘다
주검
나에게 대하여 성공의 축하를
할지언정 원한을 품지말 것
모쪼록 인내와 참으로 곤난을
극복하고 정직한 국민으로 살 것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직힐 것
이것이 나의 최후의 성공이다
일사(一死)로 나의 과오를 청산하고
만인간을 축원하면서
영원한 저 세상으로 가리라
드러운 생은 깨끗한 주검만 못한
진리를 모르는 여러분
비웃지 말고 입을 담으리시요
륙십세 옹은 구월구일로서
나의 간 후로 동부도 칠성환도 벤한오리도
그만두고 입은 그대로 증조 미인시 구강터에
베포장으로 먼 가을에 밥으로 묻어주시오
최후 부탁
증조부의 자살과 더불어 우리 집은 몰락했다. 아니 그의 죽음으로 인해, 완전히 소멸될 상황에서 그나마 몰락으로 그쳤다. 자기 마음을 박은 유서 한 장 외엔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뒤끝마저 깨끗이 하고 자신의 죽음을 가져갔기에, 붉게 얼룩진 나의 가족사는 이 퍼럴뿐인 대낮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증조부가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도 않아, 전쟁 중 폭탄에 맞아 나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사십대 초반 한창 나이였다. 부친의 뜻에 따라 테일러가 되어 양복점을 경영하고 있었다. 효심이 지극해 부친이 일제의 감옥에 갇혔을 때도 자청해서 옥고를 대신 치루기도 했다.
부친이 앓아 꼼짝없이 누워있을 때에는 그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하며, 부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당신의 혀로 닦아냈다는 말도 들었다. 제법 부도 넉넉히 쌓이고 인덕이 후해 번 돈으로 독립군 자금도 지원하고 이웃을 위해 많이 썼다고 들었다.
사십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느닷없는 과부가 되어 생의 찬 바닥에 나앉게 된 나의 올곧은 할머니. 위로 줄줄이 날아가 십대 후반에 고아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해버린 장남인 나의 아버지. 난리 통에 가산마저 다 날아가 버린 폐허 속에, 이 두 분은 몰락한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자 평생 혼신의 힘을 쏟아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