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 인생의 가을, 중년은 아름다워라
-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1
청춘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당연히 중년에도 중년의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중년의 아름다움은 세월의 흐름 속에 부닥치게 된 수많은 풍상들을 겪으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에서 비롯된다 할 것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있듯 좋은 작품이 되려면 오랜 기간 동안 숙성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유럽은 세계최대의 관광지역으로 정평이 나있다. 관광시즌 뿐만 아니라 철지난 시기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유럽의 도시를 찾고 있다. 유럽도시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그 고풍스런 외관에 있을 것이다. 특히 ‘올드타운(old town)’은 타임캡슐을 타고 수백 년 전으로 돌아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길바닥은 고르게 잘라놓은 돌들이 질서정연하게 박혀져 있다. 거리에는 중세의 신비와 고색창연함을 간직한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빛바랜 그래서 훨씬 더 세련되어 보이는 건축물들, 그리고 왠지 우수에 젖어있는 듯한 도시 분위기. 가장 높은 곳에는 수 백 년도 더된 고성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있다. 빛바랜 모습의 성당에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종소리가 울려나온다. 찬란한 문화 예술품을 간직한 박물관과 미술관들도 가득하다. 또 그곳에서는 재미있는 역사가 있어 스토리를 즐길 수가 있고 문화의 향기를 한껏 느낄 수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 주거지역으로 강남보다 강북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강남은 각종 상업시설과 오락시설들이 밀집해 있어 살기에 편리하다. 그래서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이에 비해 강북지역은 덜 세련되었는지는 몰라도 왠지 마음이 편하고 정감이 느껴진다. 또 지금의 중년들에게는 팔팔하던 청춘의 시기를 보내면서 경험했던 아련한 그 옛날의 추억들이 묻어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 강북에는 고궁이 있어 좋다.
경복궁 주변 길은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길이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고궁을 찾아나서는 그 마음에는 얼마나 낭만이 가득할까! 비가 오는 어느 가을날 경복궁을 찾았다. 날씨 탓인지는 몰라도 궁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쓸쓸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마치 고궁에 나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경회루 주변을 거닐다 모퉁이에 자리한 찻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느덧 창밖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따끈한 차를 마시며 내다보는 통유리 밖의 경복궁 풍광은 왠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고독한 왕이 된 기분이 들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덕수궁은 고궁자체보다 돌담길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가을이 되면 돌담을 타고 내린 담쟁이덩굴이 붉게 물들어 가고, 길에는 노란 은행잎들이 수북이 쌓인다. 문득 추억을 떠올리며 이 거리를 거닐어 본다. 이 거리는 비 내리는 여름 보다는 낙엽 지는 가을이, 그 가을 보다는 차라리 흰 눈 펑펑 내리는 겨울이 더 걷기 좋을 것 같다.
물건들도 빈티지상품이 더 값어치가 있다. ‘빈티지(Vintage)’란 원래 포도주가 만들어진 연도, 또는 특정한 연도나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주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와인은 오래 숙성될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에서 유래되어 요즘에는 이 빈티지란 용어가 오래되어 좋은 것이라는 의미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빈티지 의류, 빈티지 가구 등등... 그런데 이 빈티지상품들은 새것보다도 훨씬 더 인기가 있으며 가격도 비싸다.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2에 계속)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