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홀은 올 보기’, 트리플 보기 이상은 트리플 보기까지만 적는다‘, ’전 후반 멀리건 하나씩 쓴다‘ 등 자신이 친 스코어를 임의로 낮추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렇게 ‘8字’를 그리고 좋아라 한다. 그리고 보기플레이어를 우습게 안다.
엉터리로 8자를 그리는 보기플레이어의 목표는 보기가 아니라 파다. 그러니 스코어를 속여야 하고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룰 대로는 파를 잡을 수 없으니 캐디에게 1타 적게 적어달라고 해야 한다. 비싼 그린피내고 양심까지 속여야 하는 골퍼로 전락한다.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부탁이 캐디에게 스코어를 낮춰 적어달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기플레이어의 목표가 파가 되면 이런 부탁을 한 두 번 해서는 안 된다. 아주 여러 번 양심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보기플레이어가 목표를 더블보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잡으면 골프는 쉽고 즐거워진다. 양심을 속여야 하는 일도 없어진다. 싱글플레이어는 버디가 아닌 보기를 하지 않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프로골퍼들은 ‘한 방’이 필요하다. 언더파만 친다고 우승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승을 하려면 4라운드 72홀 경기 중 적어도 한 라운드 이상에서 ‘한 방’ 즉 몰아치기가 나와야 한다.
아마추어에게도 ‘한 방’은 중요하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아마추어의 한 방은 18홀 라운드 중 1~2개 홀에서 아주 잘 맞아 파나 버디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한 방에 취하면 전체 스코어는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보기플레이어가 파가 아닌 더블보기를 목표로 삼아야 하듯 멋진 한 방보다 미스샷을 줄여야 하는 게 아마추어 골프다.
단언컨대 멋진 한 방을 마음먹는 순간 우리가 사용하지 않던 근육이 긴장한다. 이는 필경 미스샷을 유도한다. 골프는 멋진 한 방, 나이스 샷의 게임이 아니다. 미스 샷의 게임이다.
버디나 파는 미스 샷을 즐길 때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다. 의도한대로 버디나 파가 나오면 무슨 재미로 골프를 하겠는가.
전 홀의 미스 샷을 다음 홀에서 그냥 보통의 샷으로 끌어안을 때 버디나 파는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온다. 스코어는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지 캐디에게 부탁하는 게 아니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