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직 KT 문화에 성과주의 가속 ‘한계’
[뉴스핌=김기락 기자] KT가 4년 만에 직급제를 부활시킨 가운데 사기진작을 앞세워 황창규 회장의 ‘삼성’식 성과주의를 가속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T는 17일 직급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직급제는 일반적인 조직 체계인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직급과 임금을 나눈 제도다.
KT는 2009년 말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 직급제를 폐지했다. 일반 직원들의 호칭은 팀장 외에 모두 ‘매니저’였다.
◆황창규 회장 “위아래 없이 매니저가 뭐냐”
KT는 직급제 부활을 조직 개편의 큰 틀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시행된 특별 명예퇴직 등을 비롯해 본사 및 계열사의 조직 변화로 인한 충격을 직급제 부활로 사기진작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징계직원을 대상으로 승진ㆍ평가ㆍ직책보임 등 인사상 불이익 해제 및 인사기록카드, 경력증명서 발급 시 해당 징계처분 기록이 기재되지 않는 특별 대사면을 실시했다.
KT 내부적으로는 직급제 부활을 반기는 분위기다. KT 관계자는 “직급제는 성과에 따라 직급과 급여를 높이는 만큼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급제 부활 배경에는 삼성 출신인 황 회장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단적으로 황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위아래도 없이 매니저가 뭐냐’는 등 매니저 호칭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KT에 삼성 ‘DNA’ 심기..성공할까
일각에선 직급제 부활이 그동안 공조직 문화인 KT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직급제를 폐지해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지향해 온 KT가 다시 수직적인 조직으로 변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황 회장이 삼성 경영 방식의 ‘DNA’를 KT에 본격 적용하는 것으로 업계는 본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황 회장이 취임부터 책임 경영을 강조해왔다. 직급제 부활은 책임 경영의 대상을 일반 직원까지 확대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계는 KT가 삼성의 신상필벌식 경영을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KT가 ‘삼성스타일’의 성과주의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신상필벌에 기반한 성과주의 원칙이 오늘날 삼성의 모습”이라며 “이를 가깝게 지켜본 황 회장이 KT 성과주의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통사의 시선은 KT 조직 혼란 가중과 함께 황 회장식 경영의 물음표를 찍는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직급제도가 바뀌면 기업 문화가 달라지는데 KT 조직 문화 특성상 성과주의에 속도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황 회장이 KT 물 빼고, 삼성 문화를 심는다는 취지”라며 “기업 및 조직에 삼성 ‘DNA’가 대폭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가 직급제를 부활함에 따라 이통3사 중 SK텔레콤만 매니저 제도를 쓰는 회사로 남게 됐다.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부터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로 통일해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직급제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