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찻집
플래카드마냥 풀어진 대낮
밀도 깊은 감성의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차를 마신다
찻잔 속에 맴도는 정적
가슴을 뱉으며
언어가 운다
한세월 살아온
농축된 눈물 바라보며
나, 그대의 잔에
불을 따른다
11.5. 낮. 여의도 사무실에서
초겨울 비 온다. 낙엽들 비에 젖는다. 차를 운전하며, 클래식한 음악을 듣는다. 옆 좌석에 앉은 팀장이 우울한 경제에, 우울한 날씨에, 음악이 장송곡 같다는 말을 해도, 나는 우울하지 않다. 비에 젖어 뒹구는 낙엽처럼 시간 속을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아린 맛을 느낀다
어제 밤 잠결에, 당신이 내게 살짝 안기기도 하던 꿈결의 동작들이 참 좋았다.
경제는 극도로 악화될 것이며, 사회는 경험하지 못한 불안에 떨 것이다. 바닥이라고 믿고 싶은 바닥이, 스티로폼처럼 부서질지 모른다.
현주야, 나 자신 있다. 이 세파를 살아가는데 비록 가진 것 몽땅 잃었어도, 잃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을 얻었기에, 나는 충만한 행복감에 젖어있고, 그로부터 나오는 탄력적인 의지와 힘은, 모든 걸 감당하게 한다.
나는 힘들어 하는 너를 업고, 우리의 아이들을 업고, 저 세기말의 산 넘어갈 것이다. 전쟁이 나면 모든 것 보이고, 혁명이 터지면 모든 가식과 진실 다 보인다. 세기말의 현재는 순탄하지 않은 풍파이며, 그 풍파 속에 눈 똑바로 뜨면, 다 보인다. 모든 가치가 필터링 되어, 새로 자리매김된다. 당신도 근본적으로 필터링되길 바란다.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