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멋진 사람이야. 멋지게, 너무도 아름답게 무너진 사람아. 무너진 가슴 안고 시퍼런 인당수에 몸 던진, 내 사랑아. 내가 눈이 멀었구나. 내가 심봉사였구나. 오래전 사랑의 기억만 남아, 그게 다인 줄 알고 당신 괴롭혔구나. 당신이 내 품 아닌 인당수에, 그 무서운 바다에, 고운 몸 던질 정도로, 당신은 많이 울었구나
현주야. 나, 저 바다 밑으로 뛰어들어, 그대 고운 몸 받아주는, 용궁 될 테다. 한없는 기다림의 연꽃으로 피어올라, 물 속에 서서히 가라앉는, 기절한 당신 포근히 안아줄 테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아내의 병 깊은 여행도 깊어가고 있었다. 아내의 끝 모를 고독 속을 여행하며 나의 병도 깊어지고 있었다. 붉은 단풍. 숲이 온통 타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 사람들 사랑하며 병들어 가고, 아픔의 붉은 단풍 피워낸다.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는 선홍 빛 단풍잎들.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며, 떨어져 나온 곳을 그리워하듯 공중에 훅 솟구치기도 하는 선홍 빛 아픔들. 그 아픔들이 순간순간의 흔적을 허공에 새기며, 가을을 아름답게 한다.
회사 야유회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나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에게 주려고 퇴근길에 슈퍼에서 사둔 홍옥이 냉장고 안에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냉장고 옆에 앉아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자정 무렵,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혼자 술에 취해 차를 몰며, 미사리 길을 달리고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부랴부랴 전화를 걸었으나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10. 27. 밤 12시. 집에서
당신은 미사리 길 달립니다. 몇 년 전 우리는 미사리에 소풍간 적 있었지요. 푸르른 풀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아이들 정신없이 좋아했었지요. 그때도 당신 마음에 그림자 있었나요. 아이들 사진 찍어준다고 풀밭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던 당신 가슴에, 언제부터 고독의 물, 흐르지 않고 고여 있었나요
지금 당신은 미사리 길 달립니다. 목적도 없이, 아니 당신 마음 속 깊이 갈망하는, 형언하기 어려운 먼 곳을 향해 당신은 달립니다. 밤이 깊어 당신 차의 서치라이트 멀리 비추고, 당신 가슴속 서치라이트는 얼마나 오래 꺼졌다가 켜진 불빛인지 그리도 먼 어둠 속을 두리번거리며 날라가는가요. 그대여, 그대 가슴이 투사하는 빛, 끝이 안 보인다 해도 서러워 마세요. 단념하지 마세요. 그냥 묵묵히 바라보세요.
당신을 안쓰러워 하는 마음에, 나도 서치라이트 켭니다. 미사리의 깜깜한 밤길, 핸드폰마저 끊어진 외진 곳 비쳐보아도, 당신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서치라이트 켭니다. 당신이 피곤에 지쳐 잠들어버릴 때, 곁을 스쳐가는 불빛 있으면, 그것이 내가 비치는 불빛일지 모른다는 암시 하나, 당신 꿈 속에 전해 주려고, 이렇게 서치라이트 계속 돌립니다.
당신은 검은 밤하늘을 쳐다보기도, 새벽의 푸른 강을 바라보기도 할 겁니다. 당신은 미궁 속의 아름다운 여행 하십니다. 편히 다녀오십시오. 당신의 이탈을 사랑합니다. 이탈 속에 많은 것 배우십시오. 이탈을 이기십시오. 결국 당신을 찾으십시오. 그리고 봄에 부는 훈풍처럼 돌아오십시오. 나는 당신의 훈풍을 겨울 내내 언 땅 속에서 기다리는 진달래 꽃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