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사채 옥석 가리기…"이미 시작됐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용인도시공사(회사채 신용등급 AA)가 회사채 상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도 위기에 몰렸다. 200억원의 상환 자금을 오는 24일까지 갚지 못하면 국내 공기업 중 사상 처음으로 부도를 맞게된다.
공사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지방공기업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개별 종목 하나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전체 지방공사채에 대한 신용 부담이 제기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개발공사에서 발행한 회사채는 지난 2010년부터 특수채(공사채)가 아닌 회사채로 분류된다. 또한 재무구조에 대한 위험이 금리에 반영돼 일반 AA급 회사채보다 금리대도 다소 높게 형성돼 있다.
4월 10일 기준 용인도시공사에서 발행한 3년물 회사채(AA)는 유통시장에서 3.777%에 거래됐으나, 같은날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시한 회사채 3년물(무보증, AA)의 평균 금리는 3.171%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방공사채에 대해 약 60bp의 위험 프리미엄이 추가돼 있는 것이다.
◆ 지방공사채 옥석 가리기…"이미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KT ENS가 모회사의 지급보증 포기로 부도를 맞은 이후 AA급 회사채 시장이 양극화가 심화된 것처럼, 용인도시공사가 부도 처리될 경우 지방공기업 회사채도 각자 재무구조·신용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 김용건 팀장은 "만약 용인도시공사가 실질적으로 부도가 난다면, 실적이 괜찮은 지방개발공사들이야 괜찮지만 인천, 강원, 경기 등 차입금 규모가 크고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차환발행 과정에서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보고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지방공사채를 갑작스럽게 던진다거나(매도) 하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지방공사채 신용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지방공사채에 대한) 신용측면에서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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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6개 지역개발공사 채권(3년물) 금리 추이 <출처=KDB 대우증권> |
실제로 지방공사채에 대한 차별화는 꽤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 지난 1년간 금리 변화추이를 살펴봐도 재무구조가 부실한 인천, 강원, 용인 등 지방공사채 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국고 3년물과 해당 지방공사채 3년물과의 스프레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도시공사채(AA+) 3년물의 크레딧스프레드 경우 지속적인 우상향 곡선을 나타내다 올해 2월들어 1%p대로 급격히 벌어졌다. 한편, 상대적으로 우량하다고 평가되는 SH공사(AAA), 경남개발공사(AA+)의 경우 안정적인 금리 추이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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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6개 지역개발공사 채권(3년물) 금리와 국고 3년 스프레드 변화 추이 |
김 팀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세운 공사에 대한 재무구조 부실 이슈는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발행시장에서 지방개발공사에 대한 차별화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양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용인도시공사의 경우 발행량 자체가 많지 않아서 영향에 대해 쉽게 추측할 수는 없지만, 평소 부채부담이 있었던 공기업들은 이러한 신용 우려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용인도시公 발행잔액…지방공사채 전체의 0.045%
다만 전문가들은 만일 용인도시공사가 부도를 맞고 지방공사채의 양극화가 심화된다해도 전반적인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발행량 자체가 많지도 않고 평소 위험에 대한 리스크로 유통도 활발하지 못했던 종목이기 때문이다.
용인도시공사의 지방공사채 발행 잔액은 현재 92억원 수준으로 주요 15개 지방공사가 발행한 회사채 잔액인 20조3400억원의 0.045%에 그쳤다. 이를 전체 회사채시장 잔액으로 환산해도 발행량 자체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시(市)에서 보증을 고려해 용인도시공사의 신용등급을 AA등급으로 평가하기는 했지만, 부도 시 지급 보증 의무는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이 종목에 대해 제한적으로 투자해왔다.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은 부도가 난다해도 유통시장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중의 한 회사채 브로커는 "용인과 같은 신용 우려가 있는 지방공사채는 주로 리테일(개인)에서도 많이 담았고 회사채로 분류가 개편되기전 공사채의 지위일 때 매수했던 기관투자자들도 다소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부도 시 시의 지급보증 의무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썩 좋아하는 종목은 아니다"라며 "등급대비 금리는 좋지만 크게 (투자자들이) 찾아서 투자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선 김 연구원도 "지방공사채 시장과 전반적인 회사채 시장은 리그가 달라서 회사채 시장 전체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KT ENS 사태가 불거졌을때 해당업체 뿐만 아니라 KT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용인시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개발공사 전반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어 용인시나 안전행정부가 (디폴트가 나도록) 두고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