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최근 현대차와 쌍용차의 일부 차종에 대한 이른바 '연비 뻥튀기'논란을 접하고 문득 무죄추정의 원칙을 떠올렸다. 알다시피 무죄추정 원칙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으로 프랑스의 권리선언에서 비롯됐다.
논란의 핵심은 현대차 등 자동차회사가 연비를 실제보다 부풀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느냐 여부다. 비단 연비 부풀리기는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현대차는 연비를 '뻥튀기'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킨 피의자로 낙인이 찍혀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2012년 연비를 과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상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피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 법원은 최근 기아차 K5 하이브리드의 연비과장으로 손해를 봤다며 김 모(55)씨가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현대차 i30 소비자 2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차량에 '실제 연비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문구가 표시돼 있어 보통의 소비자라면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가 다를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현재까지 연비를 부풀린 의혹만 있을 뿐 현행법상으론 무죄로 추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동안 자동차 연비 문제는 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근거로 주무부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문제된 차종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과 함께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소비자들에게 1000억원대의 보상을 명령할 수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산업부 조사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던 차가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1차 조사에서는 연비 허용오차범위가 5%를 넘어 추가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징금 외에 현행법상 자동차회사에 대한 보상명령 규정이 없음에도 보상 얘기까지 나왔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집단소송제 마저 없어 실제 소비자들이 보상을 받기는 요원한 일인데도 말이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을 근거로 자동차 연비조사를 할 권한이 있으며, 자동차 성능과 안전에 대한 철저한 검증 노력은 자동차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산업부와의 부처간 권한다툼도 아니라고 항변한다.
국토부가 나서서 그 동안 환경부와 산업부 등으로 나뉘었던 정부의 자동차 연비조사 문제를 일원화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설익은 정책을 외부에 흘려 혼란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아울러 현대차가 받은 유무형의 이미지 훼손도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월 7일 첫 대통령직인수위 주재회의에서 "설익은 정책들이 무질서하게 나와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주길 부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절대권력이라는 점은 맞지만, 권력과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