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속보

더보기

빌 그로스 vs 엘 에리언…핌코 뒤흔든 '막장드라마' 내막은

기사입력 : 2014년02월26일 11:31

최종수정 : 2014년02월26일 11:50

테이퍼링 전후 글로벌시장 관점 차이가 발단

[뉴스핌=노종빈 기자] 빌 그로스: "나는 41년간 최고의 투자성적을 가지고 있다고!"
모하메드 엘 에리언: "뭘 가지고 있다고? 나는 당신이 싼 X을 치우는데 지쳤는데?"

채권왕 빌 그로스와 모하메드 엘 에리언, 세계 최고 채권펀드를 이끄는 두 스타 매니저 간에 '막가파식' 대화가 오갔다. 당시 이 장면을 지켜보는 십여 명의 부하 직원들 덕에 더 큰 소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달 21일 엘 에리언 핌코 CEO가 갑자기 물러난 배경에는 핌코 창업자 빌 그로스와의 불화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복수의 증언을 바탕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대형 채권펀드 경영의 적나라한 내부 실태와 함께 채권왕 빌 그로스의 면모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사진:블룸버그>
◆ 핌코 지난해 1.9% 손실…투자자들 44조원 환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테이퍼링을 언급하면서 그 충격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린 직후였다.

미국 증시는 글로벌 안전자산인 미국 시장으로의 회귀 열풍으로 오히려 강세를 이어갔지만 채권시장은 갑작스런 이자율 급등으로 채권값이 연일 죽을 쑤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핌코 내부적으로도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태였다.

이전까지 빌 그로스는 지난 1971년 핌코를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약 1조9000억달러, 약 2000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37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핌코 토탈리턴펀드는 지난해 1.9%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9년 이후 첫 손실 기록이다. 이는 지난해 바클레이스의 미국통합채권지수 손실률 2.2%보다는 양호한 것이다.

핌코는 지난 5년동안 평균 6.8%의 수익률을 거둔 바 있다. 이는 시장기준 지수보다 2%대 높은 성적이며, 올해 들어서도 1.5%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투자자들은 토탈리턴펀드로부터 411억달러(약 44조원)의 투자금을 환매해 핌코를 떠났다. 이들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 핌코의 투자전략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前핌코 CEO <사진: AP/뉴시스>
◆ 엘 에리언, 핌코 이미지 '담당'

핌코에 몸담은 기간동안 엘 에리언의 책무 가운데 하나는 회사의 투자 전략을 투자자들에게 확신시키는 것이었고, 그는 이 역할에 누구보다 적임자로 보였다.

이집트 외교관의 아들로 캠브리지와 옥스포드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그는 타고난 언변과 지성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강점을 인정받아왔다.

사실상 핌코의 대외 이미지를 담당하면서 엘 에리언은 각종 TV방송에 출연, 시장을 분석하고 조언했으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투자자들과 만나 투자전략을 공유했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에 단골로 출연해 투자자들의 의욕을 북돋우는 역할도 해왔다.

이를 통해 핌코의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큰 몫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 핌코, 극도의 긴장·스트레스 높은 조직문화

WSJ에 따르면 두 거물 간의 관계가 악화된 것은 지난해 여름 글로벌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두 사람의 판단 관점이 더 크게 어긋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핌코 내부적인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연속하는 조직 문화로 인해 균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팀원 간 조직 내부적으로도 수시로 경쟁을 장려하는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핌코를 자문한 적이 있는 에릭 플램홀츠 UCLA 앤더슨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고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업무에 늘 긴장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기업문화이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조언이 핌코 내부적으로는 그다지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그로스는 트레이딩룸 내에서는 정적이 흐를 정도의 절대고요를 즐긴다. 이 때문에 이따금 정적을 깨는 직원들을 꾸짖기도 한다.

일부 핌코 직원들은 그로스에게서 회사를 떠나라는 말을 듣곤 했지만 그의 분노가 사라지고 생각이 바뀔 때까지 눈치를 보는 상황이 많았다고 말했다.

알렉스 프리드먼 UBS자산관리 글로벌 수석투자책임자는 "핌코는 빌 그로스에 크게 의존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엘 에리언의 사퇴 이후 그를 대신할 사람들이 나와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극한 상황에 흔들린 의사결정

엘 에리언은 거의 휴가도 없이 일해온 워커홀릭이었다. 그는 경영 문제 해결 방식으로 시스템에 의한 구조적인 접근방법을 추구했다.

반면 핌코 직원들에게 그로스는 성마르고 예상하기 힘든 스타일로 비쳐졌다. 일부 직원들은 지난해 그로스의 의사 결정에 대해서 솔직히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채권시장이 요동칠 때 그로스는 거래를 극도로 제한토록 했다. 그는 고객들의 환매 요구시 지급할 수 있도록 현금을 확보하는 정도로 거래를 축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 같은 거래 제한은 수주간 계속됐다.

또한 시장에서 이익을 얻거나 승률이 높은 투자가 모습을 감추자 그로스는 트레이더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그로스에게 엘 에리언은 임직원들과 싸우려 하지 말고 투자 결정에 대한 권한을 확대해주라고 조언했다.

그로스는 얼마간 엘 에리언의 조언을 받아들여 비판을 자제했으나 실제 이 같은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 그로스, 엘 에리언 잡아두고자 '안간힘'

사사건건 그로스와 부딪치던 엘 에리언은 지난해와 같은 주식시장 강세장에서 주식형 펀드를 강화하고자 노력했으나 결과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엘 에리언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자 그로스는 이성을 잃은 채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를 잡아두라고 명령했다.

핌코의 당근책에는 엘 에리언의 경영상 권한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엘 에리언은 결국 그로스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이달 초 핌코 본사에서 엘 에리언의 사진은 내려졌고 그가 쓴 책도 박스에 포장돼 사라졌다. 엘 에리언의 책상도 핌코 본사에서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졌다.

엘 에리언은 핌코의 모회사인 알리안츠로 자리를 옮긴 뒤 오는 3월 께 물러날 계획이다.

◆ 그로스의 반박 "권위적 모습·불화 내용, 상당히 과장된 것"

그로스는 WSJ의 보도가 나간 뒤 CNBC 방송에 출연해 자신에 대한 권위적인 모습이나 엘 에리언과의 불화 내용은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트레이딩룸에서 정적을 원한다는 내용도 잘못됐다면서 언젠가는 자신을 필두로 콩가춤(여러명이 허리를 잡고 길게 줄을 만들어 추는 춤)을 추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보도내용 가운데 그로스는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것을 남들에게도 요구한다"며 "그 가치는 열심히 일하는 것과 헌신, 그리고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로스는 또 전개된 상황과 무관하게 엘 에리언과 그의 가족들과 계속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힘 대선후보 김문수 56.53% 득표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당직자들과 손을 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5.05.03 photo@newspim.com   2025-05-03 17:28
사진
李 파기환송심 서울고법 재판장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지 하루 만에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을 맡을 재판부와 첫 공판기일이 정해졌다. 서울고법은 2일 오후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에 배당했다. 또 이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소환장 및 기일통지 발송에 이어, 집행관 송달을 촉탁했다. 집행관 송달은 우편송달이 되지 않을 때 진행하는 특별송달이다.  서울고법의 선거사건 전담 재판부는 형사2부, 6부, 7부 3곳인데 이 후보의 기존 항소심 재판부인 형사6부는 배당 대상에서 제외됐고 6부의 대리 재판부인 형사7부에 배당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 이재권 재판장, '민주당 돈봉투' 등 사건 맡아 해당 재판부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만 전 의원과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전 보좌관 박용수 씨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밖에 폐수 불법 배출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조국혁신당 전략위원장(전 부부장 검사) 사건도 맡고 있다. 해당 재판부는 이재권(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와 박주영(33기)·송미경(35기) 고법판사로 구성됐다. 재판장은 이 부장판사가, 주심은 송 고법판사가 맡는다. 이 부장판사는 제주 서귀포 출신으로 제주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행정법원 판사, 제주지법 부장판사, 수원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2005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2006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판사, 2021~2024년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용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인 2010년~2012년에는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로도 근무했다. 박 고법판사는 서울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서부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올해 2월 서울고법에 부임했다. 송 고법판사는 부산서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2006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남부지법 판사, 부산지법 판사, 인천지법 판사 등을 거쳐 2022년 2월부터 서울고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인 2019년~2022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 첫 파기환송심 15일...李 불복 뒤 재상고 가능성 커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은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 이날 사건이 배당된 지 약 한 시간 만에 재판부가 기일을 지정하면서 이 후보 사건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후보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것으로 보여 오는 6월 3일 대선 전 최종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 전합은 전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한 발언,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의 압박 내지는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에 해당해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하위직이라서 몰랐다는 발언과 함께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으로서는 출장은 같이 갔지만 함께 간 해외줄장 기간에 골프를 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그런데 피고인은 김씨 등과 함께 간 출장 기간에 골프를 친 것이 사실이므로 이 발언은교유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다'는 취지의 발언과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은 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은 이를 뒤집을 만한 중대한 증거가 새롭게 제시되지 않는 이상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 후보에 대한 추가 양형 심리를 거쳐 유죄를 선고하게 된다. 이 후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은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shl22@newspim.com 2025-05-02 18:5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