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화해무드가 형성되는 듯 보였던 삼성과 CJ 간 갈등이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민사소송에서 이맹희씨(전 제일비료 회장) 측이 화해를 제안했지만 민사와 형사소송 곳곳에서 앙금만 더 쌓여가는 형국이다.
상속소송 민사에서는 맹희씨의 화해조정 제안이 돈을 위한 제스쳐가 아니냐는 신경전이 날카롭게 전개되고 있고 이재현 CJ 회장(맹희씨 장남)의 형사재판에서는 뜬금없이 삼성의 뇌물 폭로전까지 펼쳐지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맹희씨 결심공판서 편지 공개..자서전과 다른 주장 뭐?
1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삼성가 상속소송 항소심에서 맹희씨 측은 "삼성그룹 경영권에 관심없다"면서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선대 회장 사후 무상증자로 취득한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대해서도 청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에 대한 청구는 그대로 유지해 총 9400억원대의 상속재산 다툼은 최종 선고로 판가름 나게 됐다. 에버랜드에 대한 청구액은 수백억원에 불과해 최근 맹희씨가 제안한 법정조정을 성사시키기 위한 일종의 전술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맹희씨 측은 그러면서 최후의 변론에서 맹희씨 친필 서명이 적힌 A4용지 5장 분량의 편지를 읽어 눈길을 끌었다. 맹희씨는 "해원상생(解寃相生)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저는 아직도 진정한 화해라는 꿈을 꾸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진정한 화해의 제안이라기 보다는 공세의 성격이 묻어난다.
맹희씨는 편지에서 삼성의 경영승계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회장과의 형제애를 강조했지만 부친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유언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자신이 해외를 떠돌게 된 것이 이 회장이 한밤중에 찾아와 조금만 비켜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맹희씨의 이런 주장은 사실관계를 좀 더 따져봐야 하는 대목이다.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것은 1987년 11월 19일이지만 이병철 회장은 이미 1977년 8월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후계자는 신문·방송 관련 이사를 맡고 있는 셋째 아들, 이건희로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 정도의 규모가 되면 경영능력이 없으면 안되고, 장남인 맹희씨의 성격이 기업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맹희씨 본인이 쓴 '묻어둔 이야기'라는 자선전에도 이부분을 명확하다.
맹희씨는 이 자서전에서 "운명 전에 아버지는 인희 누나, 누이동생 명희, 동생 건희, 그리고 내 아들 재현이 등 다섯 명을 모아두고 그 자리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고, 건희에게 정식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줬다"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다시 유언을 한 것은 '76년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삼성의 차기 대권을 건희에게 물려 준다고 밝혔던 추인에 불과했다"고 적었다.
또한 맹희씨가 이 회장의 요청에 의해 해외로 떠났다고 편지에서 언급했지만 자서전에서는 다르게 썼다. 스스로 외국으로 나갔다고 밝힌 것이다.
맹희씨는 자서전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외국으로 떠났다. 내가 길을 떠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동생 건희가 총수가 된 마당에 그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떠돌이 생활이 아버지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 길은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나는 내 자취를 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편지에서 이 회장이 모친인 고 박두을 여사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호소했지만 이도 실상을 다소 왜곡한 것이다. 이 회장이 빈소를 찾지 못한 것은 당시 미국에서 폐암 수술을 받고 치료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박두을 여사는 2000년 1월 3일 타계했고 장례식은 1월 5일이었다. 이 회장은 2000년 1월 미국에서 폐암 수술을 받아 당시 미국 병원에 입원중으로 참석할 수가 없었던 셈이다.
◆80억 줄테니 CJ 협박 내용 달라?..삼성 "터무니없는 얘기"
같은 날, 이재현 CJ 회장의 공판에서는 삼성 측의 뇌물 폭로전이 펼쳐졌다. 공판 중 삼성가 상속소송과 관련해 삼성 측이 CJ의 내부 비리를 제보해 주면 8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재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전직 CJ 재무팀장 성모씨는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이 상속소송을 벌이며 삼성측이 이재현 회장의 개인 자산을 관리했던 재무2팀장에게 접근해 80억원을 줄테니 CJ를 협박할 수 있는 내용을 달라고 제안해왔다"면서 "삼성이 우리를 겁줘 상속소송을 중단하려 한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발끈했다. 삼성은 공식 입장을 통해 "이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