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맹그로브 조성 여부에 따라 '하이옌' 피해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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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옌'의 직격타를 맞은 필리핀 타클로반 외곽 모습 [출처:AP/뉴시스] |
동남아를 비롯해 남태평양, 호주, 인도 근해 등에 분포하며 열대에서 아열대의, 바닷물에 잠기는 땅에 만들어지는 맹그로브는 해안 지반을 지탱해 줄 뿐만 아니라 쓰나미 피해 축소에 효과적인가 하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역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7천여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필리핀에서도 맹그로브 분포 상황에 따라 피해 여부가 갈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신문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에 따르면, 직격타를 맞았던 타클로반 지역에서 북쪽으로 160km가량 떨어진 사마르 북부 지역에서는 맹그로브 복원 노력 덕분에 피해가 최소화 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 사마르 지역에서 맹그로브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레오나르도 로사리오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불법 벌목 등으로부터 맹그로브를 보호하는 등의 노력이 없었다면 하이옌은 모든 것을 휩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타클로반의 경우 쓰나미로부터 방어막이 되어줄 맹그로브가 없어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는 것.
필리핀 정부 역시 이 같은 맹그로브의 효과를 인식, 지난 주말 '제2의 하이옌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맹그로브 숲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는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아체 지방에서는 2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 발생 이후 진행된 한 조사 결과 100제곱미터 당 맹그로브 나무 30그루가 심어질 경우 쓰나미 위력이 90%가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태풍, 쓰나미 등 자연재해 피해 방지 효과에 더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까지 갖춘 점이 부각되면서 맹그로브 조성 움직임은 탄소 배출권을 사고자 하는 기업들의 관심도 끌고 있다.
아체 지역에서 맹그로브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단체 야가수는 수마트라섬 북부 연안 지역 5천 헥타르에 걸쳐 맹그로브 조성을 추진 중으로, 야가수 창립자 밤방 수프라요기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네시아 업체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자발적으로 상쇄하기 위해 배출권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지역에서는 크레디 아그리콜과 다노네(Danone) 등과 같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매입을 위해 맹글로브 조성 사업에 400만 달러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