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 자산 규모 20위권인 A증권사는 고객들의 주식형 펀드 환매 요청을 많이 받았다. 결국 금요일 오후 환매해줄 자금이 부족했다. 하루 이틀만 쓸 돈이 궁해진 것. 이 증권사 자금담당 김 모 부장은 자금중개회사에 전화를 건다. “하루짜리 10억원 콜(call).” 30분 뒤 그가 보는 컴퓨터 단말기에 메시지가 떴다. “콜 체결, 이율 2.50%, 금액 10억원, 기물 1일, 신용” 다른 금융회사에서 10억원을 하루 동안 이 같은 조건으로 빌려주기로 계약이 성사됐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금융회사는 예금, 수익증권 판매 등으로 들어온 고객의 돈을 운용하다 일시적으로 돈이 남거나 부족할 때 콜 시장을 통해 거래해왔다. 신속한데다 금리도 낮고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전화로만 하면 되는 편리함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자금부 관계자는 “신용등급을 따지지도 않고 담보도 필요 없고 전화만 하면 하루 이틀짜리 돈을 빌릴 방법은 콜이 최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일부 중대형증권사를 제외한 증권사의 콜 거래를 2015년부터 전면 금지키로 했다. 이에 증권사의 단기자금거래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당국은 60여 개에 달하는 증권사를 M&A(인수합병) 등으로 구조조정 하기 위한 생각도 갖고 있다.
예외적으로 증권사 중 국고채전문딜러(PD)와 한국은행 공개시장조작대상 증권사는 콜 거래를 제한된 범위에서 할 수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콜 거래를 할 수 있는 증권사는 삼성,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 한국투자, 대신, 교보, 현대, 대우, SK, 동부, 한화투자, 동양증권 등 국고채전문딜러 12개사와 KB투자, HMC투자, 미래에셋증권 등 공개시장조작대상 증권사 3곳 등 15개사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50여 개사는 콜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키움, 하나대투, 메리츠, 신영, NH농협증권 등 업계에서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한다는 증권사도 포함됐고 한양, 부국, LIG, 하이, IBK, 유화, KTB, 이트레이드,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도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중대형사 15개사와 나머지로 증권사로 나눈 모양새가 됐다.
콜은 채권인수와 매매, 고객예탁금 인출, 환매조건부채권과 수익증권 환매 등 거의 모든 증권사 영업에 이용된다. 그런 콜이 금지되더라도 다른 단기자금조달 수단으로 환매조건부매매(RP),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이 있다.
그러나 콜 보다 금리가 높은데다 CP는 동양사태로 발행이 어렵고 전자단기사채는 시장 초기 단계로 발행이 쉽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은 증권사만 이용할 수 있다. 9월말 현재 단기금융시장의 총잔액 72조원, 하루평균 거래(발행)액 총 48조원에서 콜이 각각 24조원과 30조원을 차지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콜 제한이 급격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지만 콜 자금을 많이 쓰는 중소형사가 제한적으로 영향을 받고 결국 조달금리는 올라 큰 틀에서 업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사는 RP 거래를 늘려 콜 금지에 대비해왔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콜차입 비중을 과거 25%수준에서 현재는 15% 이내로 금융당국 권고수준을 이미 맞췄다”고 말했다.
모기업을 등에 업고 신용등급이 높은 NH농협증권(AA-)이나 메리츠종금증권(A-)은 전자단기사채를 늘리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이미 단기사채는 전자사채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콜 금지 조치가 자금시장 감시자이자 조절자인 한국은행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아이디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증권업계 구조조정으로 한국판 IB(투자은행)를 바라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은에서 콜 금지 조치를 건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