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연일 돈이 빠져나갔다. 역사상 최장 기간 환매 신기록이 세워질 정도였다.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환매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파는 것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는 곧 외국인 매수 강도 약화와 함께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 증시가 '만성 저평가'라는 불명예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개선돼야한다. 그 중 하나는 펀드시장 활성화를 통한 국내 매수기반 강화다.
뉴스핌은 지난 2008년 이후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내 펀드시장의 환매 행렬을 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뉴스핌=이에라 기자] #. 20대 직장 여성 백씨는 지난 2011년 7월 말 대형주에 투자하는 A펀드에 가입했다. 6개월의 인턴 생활이 끝나고 본격적인 재테크를 하겠다는 각오로 대형 자산운용사의 대표펀드를 선택했다. 코스피는 펀드 가입 당시 2170선이었지만 유럽 위기 여파로 며칠만에 1700선대까지 떨어져 수익률도 한때 -10%대로 추락했다.
원금을 회복하면 환매하겠다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백씨는 지난해 수익률이 플러스 9% 수준까지 반등하는데 성공했지만 환매 타이밍을 놓쳤다. 최근 코스피가 2050선에 이르자 4% 수익률을 확인한 백씨는 과감히 돈을 빼버렸다. 지수가 더 오르긴 힘들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ETF제외)에서 44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앞서 지난 2010년 9월 2일부터 10월 12일까지 26거래일 동안이었던 사상 최장기간 유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금 유출 규모도 총 6조1043억원으로 이전 기록 4조2710억원 보다 50% 가량 많았다.
코스피가 지난 6월 연저점(1780.63)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2056.12까지 상승, 연고점을 경신했을 때다. 외국인이 7월 들어 매수 전환, 8월 23일부터 43일 연속 바이 코리아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에 펀드 환매는 더욱 눈에 띄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2008년 한때 144조원에 달했다. '1가구 1펀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펀드 열풍이었다. 하지만 이후 5년간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말 현재 85조원으로 60조원이 줄었다.
특히 지난 2년간 박스권에 갇혀있어 수익을 내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지수가 상승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환매에 나서고 있다. 작년 한해 10조원이 빠졌으나 올해는 10월까지 이미 10조원이 흘러나갔고, 일일 자금 유출 규모도 5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차익실현 성격의 환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부부장은 "국내주식형펀드에 신규로 가입하는 투자자보다 기존 펀드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하고 환매에 나서는 데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고 분석했다.
심윤보 우리자산운용 마케팅전략팀장은 "주가지수가 빠르게 상승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올라간 후 빠지지 않자 일단 환매후 대기하자는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익실현을 위한 환매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2011년 4월 28일부터 그해 8월 2일까지 평균 코스피 지수는 2116포인트였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2050선을 회복한 걸 감안하면 이 기간에 국내주식형펀드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은 한번도 플러스 수익률을 내지 못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국내 주식형펀드에 유입된 물량이 순유입 규모로 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100을 넘어서게 되면 2011년 초에 유입된 약 3조원 가량이 잠재적인 환매 물량이 될 수 있지만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 변화 등을 감안하면 환매를 연기하며 추세를 관망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학습효과로 인한 투자자들의 심리만이 펀드 자금 유출을 부추긴 것은 아니다. 지난 몇년간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커진 것도 펀드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펀드에 투자할 여력이 줄 정도로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약 980조원이고 직전 1년간의 개인 가처분 소득은 71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개인 가처분 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은 137%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직전해보다 5.2%포인트 악화됐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중산층도 이전보다 많이 축소되며 얇아졌고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장기 펀드투자자들이 많이 이탈하는 등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임원은 "국내주식형펀드 시장에 지금처럼 답답한 상황이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 부채 등으로 신규 자금 유입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실물 경제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환매 추세가 갑자기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진국 및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 고령화로 인한 투자문화 보수화, 액티브 펀드의 부진 등도 펀드 시장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