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좋은 것만 보라는 배려일까, 나쁜 건 숨기겠다는 욕심일까.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내일 배포 예정이던 미국 달러옵션 거래활성화 대책 시행 1개월 현황은 사정상 배포되지 못함을 알려드립니다."
통상 보도자료가 배포되지 못하는 사정은 뻔하다. 일정이 급히 변경됐거나, 배포하기엔 내용이 껄끄럽거나.
전자의 경우는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없는 걸 만들어서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숨기고, 좋은 것만 보여주겠다는 가치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서다.
안타깝게도 이번 문자에서 언급된 '사정'은 후자쪽에 가까웠다.
배경은 이랬다. 미국달러옵션시장은 지난 2010년 11월 이후 거래가 전무하다시피해 시장이나 거래소 입장에서 애물단지였다. 이에 거래소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규정을 대폭 손질했다. 걸림돌로 지적되던 결제방식을 실물인수도방식에서 현금결제방식으로 바꿨다.
이같은 체질개선 노력으로 지난달부터 미국 달러옵션시장이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했다. 거래소가 지난달에만 수차례 달러옵션 계약 증가라는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낸 것도 이런 까닭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1주일간 환율 변동성이 줄면서 거래가 급감했다. 하루에 600계약을 넘는다던 거래는 최근 며칠간 100건을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보도자료 배포 취소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별다른 뜻은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거래가 부진하다고 자료가 나오면 그동안 대기하고 있던 참가자들이 떠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옵션시장은 변동성을 먹고산다. 먹이가 줄어드니 달러옵션 시장에 덤비는 주체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결과다. 별다른 뜻이 없었다면 당연한 결과를 섣부른 기우가 가릴 수 있었을까.
거래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막 부활하는 시장인데 고작 며칠간의 부진으로 과소평가 받는걸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거래소의 행태를 보고 시장 사람들은 관료주의의 그림자를 본다.
거래소 담당 부서는 다음달 즈음 '달러옵션 시장 2개월 성과'를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도 환율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과연 다음달엔 문자를 발송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시장을 대하는 시각이 문제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