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영수 기자]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에 발주량을 무리하게 쪼개주거나, 발주사실 자체도 '쉬쉬'하고 있어 수주한 협력업체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대기업들이 투자규모 및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협력업체에 '입단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협력업체에 "수주 사실 알리지 마라" 요구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최근 국내 한 대기업과 약 50억원 규모의 장비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공시하거나 홍보하지 못했다.
코스닥 상장사 B사도 최근 한 대기업에 수십억원대의 설비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오히려 외부에 알려질까 쉬쉬하고 있다. 발주사인 대기업이 '투자전략 보안'을 이유로 "수주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의 장비공급 사실이 알려질 경우 발주사의 투자규모나 사업전략이 일정부분 노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협력업체와 계약하면서 철저히 입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글로벌기업 간 투자 경쟁이 치열한 IT업계에서는 더욱 빈번한 상황이다. 수주 사실이 알려질 경우 심지어 납품 계약이 취소되거나 물량을 줄이는 패널티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장비나 부품을 발주하면서 수주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수주 실적을 홍보하고 싶어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투자 경쟁이 치열한 IT업계의 경우 더욱 심하다"면서 "대기업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납품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자본시장국 관계자는 "수주업체의 공시를 막는 것은 불법적인 행위"라면서 "공시관련 법령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 '공시의무' 회피…투자자 '알권리' 침해
협력업체의 수주 사실을 비밀리에 붙이기 위해 대기업들이 즐겨 쓰는 방법은 협력업체 연매출의 5% 이내로 물량을 쪼개주는 방식이다. 연매출 5% 이상에 해당하는 계약이 이뤄졌을 경우 관련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한다는 조항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상장된 중소기업의 경우 의무공시 규정이 '연매출 10% 이상'에서 '연매출 5% 이상'으로 강화되면서 이른바 '물량 쪼개기'는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연매출 5% 미만'의 수주 계약은 의무공시 대상은 아니지만, 기업이 자율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알릴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기업의 '투자전략 보안'을 이유로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업홍보와 주가관리에 유용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한 코스닥기업 관계자는 "매출 5% 미만의 수주 계약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주가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최근처럼 코스닥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공시담당 관계자는 "자율공시를 통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이나 공시규정상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의무공시를 위반할 경우 '매매정지'에서 '관리종목 지정'에 이르기까지 제재조치가 뒤따르기 때문에 의무공시를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