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 사람이라는 게 말로 해서는 잘 안 된다. 큰일을 겪고 나서 후회한다. 철들자 밥 숫가락 놓는다.
골프도 너무 늦게 철이 든다는 게 문제다.
월요일 아침. 구력 3년차인 K부장이 싱글벙글이다. 기분이 좋다. K부장은 구력 10년차인 P부장 자리로 가더니 “이봐 내 어제 알았네.”. “뭘 알았다는 거야 이 사람아.”. “아니 어제 드디어 8자를 그렸거든.” “그게 어쨌다는 건데.”. “어떻게 하면 90타를 깰 수 있는지 알았다는 거지.”. “그래 그게 뭔데.”. “간단하더라고. 무리하지 않는 거지. 파 잡겠다고 씩씩대지 않으니까 되더라고. 편하게 보기나 하자 하니까 신기하게 파가 나오더라고.”.
“이 사람아, 그 말은 내가 자네 골프 입문할 때 한 얘기 아닌가.”
“맞아, 그걸 어제 느낀거야. 철든거지 뭐.”
골프에서 철이 든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얘기다. K부장처럼 깨닫는다는 것 말이다. K부장은 다음에도 8자를 그릴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다’는 단 하나만으로 가능하다.
골프가 어려운 운동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보통의 ‘샷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80대 중반까지는 칠 수 있는 게 골프다.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기를 쓰는 것보다 철이 드는 게 먼저다. 스코어와 씨름해 봐야 이길 장사는 없다. ‘철’ 이것만 빼고.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