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노경은 기자] 삼성과 현대차 등 10대 그룹의 올해 3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4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대비 10.9%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국내 투자는 1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다. 현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시선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해외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약 27조원에 육박한다. 10대 그룹의 해외 직접투자액을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상당 부분의 투자는 이들에게서 나왔다. 그러는 사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5조원 가량에 머물렀다. 국내로 들어온 돈보다 해외로 나가는 돈이 5배 가량 많았던 셈이다.
글로벌 시장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 해외진출 성과만 놓고보면 경영 효율성이나 경쟁력 확대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제조기반의 생산기지 이전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우리 경제는 그만큼 걱정이 많아진다. 투자와 고용창출의 근간이 무너지면 저성장 구도는 회복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런 현상을 우려한다. 기업들의 단순한 경영전략이라고 보기에는 국내경제 탈출 러시, 즉 엑소더스 현상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해외 현지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식, 정치적·사회적 안정성, 조세구조, 제반 규제 등 환경적 요인 또한 우리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고려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기업의 해외진출은 효율성 제고라는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세계경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업의 경영전략 일환으로 활용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들이 시장경제원리가 아닌 국내의 정책실패와 반시장 정서로 인해 해외로 빠져 나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유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는 "국내 정책실패로 인해 기업 활동이 저해되면서 유발되는 기업의 해외이전은 문제"라며 "해외이전은 자본유출, 산업공동화, 일자리 손실, 경제침체 등 우리 경제의 침체를 유발하거나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시장 정서의 확산도 기업의 해외이전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이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시장경제의 핵심요소는 사유재산, 계약의 보호·개방, 수요·공급 원리의 존중 같은 것들"이라며 "이 모든 요소들에 대한 거부감, 혐오감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경제민주화 입법화는 기업들에게 한국경제 이탈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소로 꼽힌다.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경제민주화가 과연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지경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 말을 빌리자면, 지금 추진되는 경제민주화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면서 "경제민주화 법안은 진도가 너무 나가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비즈니스가 어려워지고 경영위축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책적 기반이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은경 박사는 "중앙정부 차원의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및 재정지원 정책이 제시되야 한다"며 "유턴 기업의 원스톱 서비스팀 구축, 유턴 기업단지 조성,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개선, 업종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유턴 기업의 판로 보장 및 세금감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호환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국내 유턴을 위해서는 기업규제 완화와 투자인센티브 확충이 필요하다"면서 "노사상생적인 노사관행 구축 및 노동시장 유연화, 과도한 기업규제 완화 등이 시급하다"고 견해는 밝혔다.
이와 관련,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분위기부터 개선시켜야 한다"면서 "반기업 정서에 경제민주화법까지 줄줄이 통과되는 상황인데 해외에서 봤을 때 '저기가면 큰일나겠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아니겠냐"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또 "경제민주화의 취지는 좋다. 그런데 단가후려치기니 일감몰아주기니 기본적으로 어감 자체가 좋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기업 활동에서 나쁜 측면만 부각시켜 네이밍을 지어놓고 법으로써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
[뉴스핌 Newspim] 이강혁 노경은 기자 (ikh@newspim.com)












